최근 몇 년 사이 청소년 사이에서 ADHD 치료제 복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당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DHD 치료제를 복용한 청소년은 12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5년 전보다 2.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주의력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처방된 약이지만, 그 이면에는 ‘마약류 오남용’이라는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약물은 의료적으로는 ADHD 치료를 위해 승인된 의약품이지만, 성분상 향정신성 물질로 분류된다. 그만큼 관리가 엄격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처방 기준이 느슨하고 복용에 대한 인식도 충분하지 않다.
서울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ADHD 치료제는 정확히 진단받은 환자에게는 도움이 되는 약이지만, 학업이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복용하는 것은 명백한 오남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약이 단순히 ‘질병 치료제’의 영역을 넘어, 경쟁과 불안의 사회적 산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업 스트레스와 성적 압박이 심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시험 기간엔 이 약이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며 병원을 찾지만, 진단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처방이 쉽게 내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ADHD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는 도파민 분비를 조절해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 하지만 약물의 작용 원리가 ‘각성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복용량이 늘어나면 불면, 식욕저하, 불안, 심박수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기의 장기 복용은 신체적 성장과 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식약처는 이 약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병원과 약국은 전산망을 통해 처방 및 조제 내역을 실시간으로 보고하지만,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나 SNS를 통해 약을 불법으로 구입하거나, 부모 명의로 처방을 받아 아이에게 복용시키는 사례도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나 비의료적 복용은 명백한 불법이며, 약물 의존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약을 왜, 어떻게 복용하는가’를 명확히 아는 것이다. 첫째, 단순한 집중력 향상이나 학업 성취를 위한 복용은 피해야 한다. ADHD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과 관련된 신경학적 질환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 진단이 필요하다.
둘째, 아이가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수면 패턴, 식습관, 감정 변화 등 사소한 변화도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약물은 반드시 보호자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 남은 약을 친구에게 나눠주거나 방치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부주의로 인한 복용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ADHD 치료제를 무조건적으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치료 목적이 아닌 ‘성적 향상’이나 ‘집중력 보조’로 접근하는 것은 아이의 뇌와 마음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약을 사용하는 사회의 인식이 문제”라며 “학부모, 교사, 의료진이 함께 복용 과정을 점검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 논란의 핵심은 ‘약의 위험성’보다 ‘사회가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성취 압박’에 있다. ADHD 치료제는 필요할 때 정확히 사용된다면 아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치료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경쟁 사회 속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소비되는 순간, 그 약은 치료제가 아니라 또 다른 스트레스의 시작이 된다. 약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생활습관과 정서 안정, 그리고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다. 그것이 약보다 더 큰 치료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