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어땠어?”
이 짧은 질문이 아이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놀랍게도 많은 아이들은 부모의 단 한마디 질문과 반응에서 자존감과 안정감을 얻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저녁 식탁 위에는 따뜻한 음식보다 차가운 스마트폰 화면이 먼저 자리하고, 부모와 아이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아이들이 부모와 나누는 하루 평균 대화 시간은 고작 7분에 불과하다.
그 7분조차도 “숙제 했니?”, “밥 먹어라” 같은 지시형 언어가 대부분이다. 과연 우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언어를 쓰고 있는 걸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집안에서 저녁시간은 ‘대화의 시간’이었다.
부모는 하루 동안의 일을 들려주었고, 아이는 학교에서의 경험을 나눴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TV가 가정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아이와 부모의 소통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디지털 기기와 SNS는 부모와 아이의 눈빛을 빼앗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부모-자녀 간 대화 부족을 아동 정신건강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는다. 반대로,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일수록 우울감과 스트레스 지수가 낮고 학업 성취도 또한 높다는 결과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결국 부모의 언어가 아이의 정서와 미래를 결정짓는 ‘숨은 교육 과정’인 셈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시겔은 아이와의 대화를 “정서적 코칭”이라고 표현한다.
아이는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감정을 이름 붙이고 해석하는 능력을 키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오늘 친구랑 싸웠어”라고 말할 때, 부모가 “왜 싸웠어?”라고 묻는 것과 “속상했겠다,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라고 반응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심문이고 후자는 공감이다. 전자는 대화를 닫고, 후자는 대화를 열어준다.
언어학 연구에서도 부모가 아이에게 건네는 짧은 긍정 언어(“잘했어”, “괜찮아”)가 아이의 자존감을 강화하는 효과가 크다고 보고한다. 작은 말 한마디가 아이의 정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여러 아동·가족학 연구들은 부모와 자녀가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대화할 경우 아이의 학업 성취와 사회적 관계 형성이 긍정적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한다.
단순한 생활 대화라도 부모가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반응하는 태도가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심리학 및 뇌과학 연구에서도 부모의 말투와 반응이 아이의 언어 발달과 감정 조절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꾸준히 제기된다.
즉, 부모가 어떤 언어를 선택하고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여러 학문적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부모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1.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을 맞추는 습관
2. “왜?”보다 “어땠어?”를 묻는 질문
3.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한 칭찬
이 세 가지 단순한 원칙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은 조금씩 열린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부모 자신이 화면에 빠져 아이와의 대화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화려한 장난감이나 최신 스마트 기기가 아니라, 부모의 진심 어린 말 한마디다.
오늘 당신은 아이에게 어떤 언어를 건넬 것인가.
그 대답이 곧 아이의 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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