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가 드러내는 세대의 꿈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소비하는가를 통해 어떤 삶을 꿈꾸는지 드러낸다. 20세기의 중산층에게 소비는 곧 집, 자동차, 안정된 직장이었다. 반면 21세기의 젊은 세대에게 소비는 여행, 취향, 자기 계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단순한 ‘소비 취향의 차이’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차이는 사실 세대별 드림의 본질을 보여준다. 우리는 무엇을 소유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유를 중시한 세대: 소비가 곧 안정의 상징이던 시대
X세대와 그 이전 세대에게 드림은 명확했다. 내 집을 마련하고, 차를 사고, 가족을 부양하며 사회적 지위를 지키는 것. 소비는 곧 안정과 신분의 상징이었다. 아파트 평수와 차종이 곧 ‘성공’의 지표였고, 사회는 이를 인정했다. 당시 경제 구조는 이 드림을 가능하게 했다. 집값은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었고, 안정된 일자리가 보장됐다. 소비는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보장하는 수단이었다.
경험을 소비하는 세대: ‘사는 것’보다 ‘사는 방식’을 중시하다
MZ세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집이나 차 대신 경험에 돈을 쓴다. 여행, 취향 소비, 자기 계발은 이들의 새로운 드림이다. 이는 단순히 ‘소비 방식이 바뀌었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미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 힘든 현실에서 ‘소유의 드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신 MZ세대는 ‘살아가는 방식’에서 의미를 찾는다. 순간의 즐거움, 자기만의 취향,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은 이들의 드림을 구성하는 핵심이 됐다.
경제 구조가 만든 세대별 소비의 간극
세대별 소비 차이는 단순히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성장기를 보낼 때는 경제가 팽창했고, 부동산과 직장이 드림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구조는 정반대다. 집값은 소득을 훌쩍 넘어섰고, 평생직장은 사라졌다. 같은 나라, 같은 도시를 살아도 세대별로 드림의 조건은 완전히 달라졌다. 결국 소비의 차이는 시대의 경제 구조를 반영한 불가피한 결과다.
드림의 경제학, 미래를 향한 새로운 균형 찾기
이제 우리는 ‘드림의 경제학’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소유의 드림은 무너지고, 경험의 드림이 부상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만으로는 미래를 지탱하기 어렵다. 안정과 자유, 소유와 경험을 조화롭게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드림의 균형이 필요하다.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사회적 제도와 정책이 이 균형을 뒷받침해야 한다. 주거 안정, 기본 소득, 복지 강화는 새로운 드림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다. 드림은 세대마다 달라질 수 있지만,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조건은 공통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글을 마치면서
소비는 단순히 지출이 아니라, 세대의 드림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X세대가 소유의 드림을 살았다면, MZ세대는 경험의 드림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차이는 단순한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와 사회 시스템이 만든 현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세대의 드림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드림의 경제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