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 버섯 농가의 황금 배지로 변신

생산비 절감·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 잡은 경기도의 실험

커피박 배지로 느타리버섯 수확량 8% 증가

수입 의존 줄이고 자원순환 농업 앞당기는 성과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남는 찌꺼기가 농가의 새로운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커피박(커피 찌꺼기)을 느타리버섯 재배 배지에 활용한 실증 연구를 마친 결과, 기존 재배 방식보다 수확량이 증가하고 비용까지 절감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커피박은 원두를 추출하고 남은 잔여물로, 그동안 대부분 폐기물로 버려졌다. 그러나 버섯 재배에서 핵심인 ‘배지’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음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농업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섯 배지는 주로 톱밥·볏짚·쌀겨 등 유기물에 물과 영양제를 혼합해 만든다. 국내에서 연간 약 100만 톤이 사용되며, 이 중 60%가량은 해외 곡물 부산물에 의존한다.

[사진 출처: 커피 찌꺼기 배지에서 자라는 버섯 농장 모습 이미지, 챗gpt 생성]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곡물 가격 급등과 공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2023년부터 커피박을 활용한 배지 연구를 진행했다. 다양한 혼합 비율과 생육 적합성을 검토한 끝에 ‘톱밥 50%, 비트펄프 20%, 면실박 10%, 커피박 20%’ 조합이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해당 배지를 사용한 느타리버섯은 기존보다 수확량이 평균 8% 늘어났다.

 

실제 농가 실증도 성공적이었다. 지난 4~7월 여주와 양평 두 곳에서 진행된 시험 재배에서 커피박 배지를 사용한 느타리버섯은 기존 배지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수확량을 기록했다. 특히 비트펄프와 면실박을 각각 10%까지 대체할 수 있음이 입증되면서 원재료 구입 비용 절감 효과가 확인됐다.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커피박은 1kg당 200~240원 수준으로, 면실박과 비트펄프(500~700원)의 절반 이하다. 커피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안정적 공급도 가능해 농가 비용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이번 성과를 단순한 대체재 이상의 의미로 평가했다. 식품 부산물을 재활용해 자원순환형 농업 모델을 제시한 사례이자, 수입 곡물 의존도를 줄이는 실질적 대안이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경제성 분석을 바탕으로 현장 보급 방안을 마련해 전국 농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태문 경기도농업기술원 친환경미생물연구소장은 “커피박 활용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농식품 부산물의 재자원화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라며 “경제성과 환경성을 모두 고려한 기술 개발을 지속해 농가와 환경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버려지는 커피박을 자원화해 농가 생산비를 절감하고, 수입 원료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향후 자원순환 농업 모델 확산과 농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한 잔 뒤 남은 찌꺼기가 단순 폐기물이 아닌,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고 있다. 경기도의 실험은 농가에 희망을 주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앞당기는 중요한 첫걸음이 됐다.

 

 

 

 

 

 

작성 2025.09.27 22:48 수정 2025.09.27 22:49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이주연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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