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제주 살 때, 부동산 이름이 주역 괘 이름 중 하나라서 웃은 적 있고, 어느 동네 높은 건물 이름도 주역 괘 이름 중 하나라서 속으로 웃은 적이 있다. ‘주역’이든 ‘역경’이든 제대로 완독했으면 그런 이름을 부동산 이름이나 건물에 썼을지 질문했다.
영어로 역경은 ‘The Book Of Changes’이다. 변화의 책이라는 말처럼, 주역이나 역경의 괘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좋은 괘가 나쁜 결과로 움직일 수도 있고, 나쁜 괘가 좋은 결과로 움직일 수 있다.
조선 시대 역경은 변화를 읽기 위한 책이다. 쉽지 않은 책으로 많은 이들이 해석을 둘러싸고 논의가 많기도 했다. 막대기를 이용한 주역점도 있고, 괘에 따라 미래를 점치기도 한다. 미래는 오지 않은 것으로, 그럴 것으로 예측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는 방법의 하나이다.
그런 걸 고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책을 읽지 않았거나, 읽어도 요약본 또는 핵심만 뽑은 설명만 들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앞뒤 맥락 없이 한 문장만 알면 다 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가성비를 따지면서 짧은 시간에 아는 척 할 수 있을만큼 공부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조선 선비들은 의미가 통할 때까지 몇 년이고 책 하나를 읽고 또 읽었다. 책이 귀한 시절 필사하며 읽기도 했다. 생각 있는 아버지들은 좋은 책을 필사하여 자식에게 지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자세가 없다면 한국 보수가 아니다.
그 정도 노력은 아니라도 주역이나 역경 같은 책은 한 번으로 통달하기도 힘든데, 요약본만 읽는 것은 읽지 않은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고전들이 두껍다고 출판사들은 요약본을 내놓기도 하는데 나는 불편하다. 힘들어도 끝까지 읽어내는 게 읽는 사람이 좋다. 그리고 그게 그 책을 쓴 작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 개요와 같이 처음에 꼭 담을 내용을 구상한다. 그리고 글을 쓰고 고치고 고쳐 책을 완성한다. 요약본은 출판사가 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추려낸 것 뿐이다. 작가의 생각과는 별개이다. 그분들이 책에 전문가이고 내용 파악은 잘할 수 있지만, 그것은 그 사람들의 시각이지 나의 시각은 아니다. 작가는 책을 쓰지만, 출판 후에 책의 주인은 읽는 사람이 된다. 책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
어른의 영어는 달라야 한다. 한민족이라는 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만 읽고 한국 신화는 읽지 않으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같은 만화가 미국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조선 시대 우리 신화 민담을 영어로 번역한 책을 우연히 찾았다. 프레더릭 매켄지 책에 언급된, 조선에 살았고 특히 한국인을 교육하기 위해 책을 만든 이들을 알아보다 찾았다.
임방(任埅)과 이륙이 쓴 ‘조선민담집’이다. 이런 재밌는 이야기책을 나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만나지 못했는지 아쉽다. 영어 번역도 매끄럽고, 이야기가 재밌는 게 많다. 또 짧은 이야기가 많아서 초보 영어원서 읽기도 좋을 것 같다.
어른을 위한 영어 원서 읽기 수업, 한국의 민담을 읽고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재밌는 시간이 관심 있으면 문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