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조용한 살인자’라 불린다.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방치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인의 식습관은 나트륨과 포화지방 섭취량이 많아 고혈압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따라서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식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 관리에서 핵심은 염분 줄이기와 균형 잡힌 영양 섭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평균 섭취량은 그 두 배 이상이다.
짠 국물 요리, 젓갈, 가공식품 등을 줄이는 것이 첫걸음이다. 대신 신선한 채소, 과일, 통곡물, 견과류를 늘려 섬유질과 칼륨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돕고 혈압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규칙적인 식사와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며, 특히 등푸른 생선에 포함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압 안정에 기여한다.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대표 음식으로는 바나나, 시금치, 토마토, 감자 등이 있다. 이들은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고 혈관 긴장을 완화한다. 또한 귀리, 보리, 현미 같은 통곡물은 섬유질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혈압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견과류와 씨앗류(아몬드, 호두, 해바라기씨 등)는 불포화지방산과 항산화 물질을 공급해 혈관 건강을 지켜준다. 특히 등푸른 생선(고등어, 연어, 참치 등)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액을 맑게 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저지방 유제품이 혈압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러한 음식들을 꾸준히 섭취하면 고혈압 예방뿐 아니라 전반적인 심혈관 건강 증진에도 효과적이다.
반대로 피해야 할 음식은 짠 음식, 가공식품, 기름진 패스트푸드다. 인스턴트 라면,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 피자·치킨과 같은 고열량 음식은 나트륨과 포화지방 함량이 매우 높다. 이러한 음식은 혈압을 단번에 올리고 혈관을 손상시킨다. 또한 지나친 카페인 섭취 역시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라면 하루 커피 섭취를 1~2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은 혈압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음주 습관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생활 속에서는 국물보다 건더기를 먹고, 가공식품 대신 집밥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외식 시에도 가능한 한 싱겁게 조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혈압 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고혈압은 생활습관병이자 식습관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식 선택 하나가 혈압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칼륨과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균형 잡힌 식습관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고혈압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전반을 예방할 수 있다. 결국 건강한 혈압은 식탁 위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