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식탁에서 금지 메뉴까지 삭스핀의 흥망성쇠"

황제의 상징, 삭스핀이 남긴 미식의 그림자

환경 논란 속 사라지는 고급 요리의 자취

K-푸드테라피와 새로운 미식 대안의 부상

미식1947

 

 

황제의 식탁에서 금지 메뉴까지 삭스핀의 흥망성쇠

 

황제의 전유물이었던 삭스핀의 화려한 역사

 

“상어 지느러미 한 조각에 황금이 담겼다.” 중국 고대 미식가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삭스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명·청 시대에 이르러 황제의 연회에는 반드시 삭스핀이 올랐고, 그 화려한 질감과 귀한 재료는 제국의 위엄을 과시하는 도구였다. 

 

중국에서 삭스핀은 단순한 고급 요리가 아니라 가문과 신분을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적 코드였던 셈이다. 결혼식이나 관혼상제 같은 중요한 의식에서 삭스핀을 올리는 것은 곧 집안의 체면과 직결되는 일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삭스핀은 권위와 사치를 동시에 드러내는 ‘황제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부의 상징에서 환경 논란의 중심으로

 

하지만 삭스핀의 화려한 이미지는 점차 균열을 맞이했다. 20세기 들어 세계적으로 해양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상어 남획이 큰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삭스핀 요리의 수요는 무분별한 상어잡이를 촉발했고, 그 과정에서 ‘핀닝(finning)’이라 불리는 잔혹한 사냥 방식 상어의 지느러미만 자르고 몸통은 바다에 버리는 행위 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불러왔다.

 

 삭스핀은 더 이상 단순한 고급 음식이 아니라 생태계 파괴의 상징이 되어 갔다. 부의 상징에서 윤리적 논란의 중심으로 옮겨간 셈이다. 중국 내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삭스핀을 외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일부 도시에서는 결혼식에 삭스핀을 올리는 관습이 빠르게 사라졌다.

 

세계 각국의 규제와 금지 움직임

 

삭스핀을 둘러싼 윤리적 비판은 법적 제재로 이어졌다.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일부 국가들은 상어 핀 거래를 금지하거나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하와이주는 삭스핀 판매와 보관을 전면 금지한 최초의 지역으로 기록되었다. 

 

중국 정부 역시 2013년, 공무원 연회에서 삭스핀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을 넘어 사치와 낭비를 줄이려는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했다. 

 

홍콩, 대만 등 삭스핀 소비가 활발했던 지역에서도 점차 대체 메뉴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유명 호텔과 레스토랑은 삭스핀을 메뉴에서 완전히 퇴출했다.

 

새로운 미식 문화가 제시하는 대안

 

삭스핀이 빠진 중국 요리는 더 이상 고급스럽지 못할까? 실제로 최근에는 해조류나 젤라틴을 활용해 삭스핀의 식감을 모방한 ‘대체 요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전통적인 연회의 체면을 살릴 수 있는 절충안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또한 글로벌 미식 트렌드는 단순한 ‘비싸고 귀한 재료’보다 ‘지속 가능한 음식’에 가치를 두고 있다. 삭스핀 대신 지역 특산 해산물이나 친환경 재배 재료를 활용한 메뉴가 새로운 고급 요리로 인정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음식의 변화가 아니라, 미식의 가치가 권위에서 지속 가능성으로 옮겨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잔혹한 유산을 넘어 새로운 길로

 

삭스핀은 수세기 동안 중국 미식의 정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과거의 영광보다 무거운 논란을 안고 있다. 황제의 식탁에서 시작된 역사가 이제는 환경 보호와 윤리적 소비의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 고급 요리가 지향해야 할 길은 단순한 사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가치일 것이다. 삭스핀이 사라진 자리에 어떤 음식 문화가 들어설지, 그것이 곧 인류가 어떤 미래의 미식을 선택할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작성 2025.09.20 19:23 수정 2025.09.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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