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화·철강업도 환경 비용 늘어
한국 제조업 경쟁력 후퇴 불가피
"日·中 등 점진적 실시하는데
韓도 脫탄소 속도조절 필요"
정부 계획대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개편하면 기업 부담이 연 1조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의 10%에 대해서만 돈을 내고 배출권을 구입하는데, 이 비율(유상할당 비율)을 2029년부터 50%로 늘리기로 해서다. 업계에서는 발전사의 배출권 부담액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기료 인상으로 ‘도미노 피해’ 우려
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4차 배출권 할당계획(2026~2030년) 설명회를 열어 현행 10%인 유상할당 비율을 2029년까지 최대 50%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발전사의 유상할당 비율은 내년부터 매년 10%포인트 상승해 2029년 50%가 된다. 석유화학, 철강 등 비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내년부터 15%로 오른 뒤 2029년까지 유지된다.
주요 기업은 정부가 할당한 탄소 배출 허용량의 10%는 정부에 돈을 주고 사고(유상할당), 나머지 90%는 공짜(무상할당)로 받고 있다. 이 중 유상할당 비율이 2029년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으로 얻은 경매수익금을 기후대응기금으로 편성해 탄소중립 정책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4차 배출권 할당계획의 타깃은 발전사다. 이들의 유상할당 비율은 현재 10%에서 매년 10%포인트 뛰어 2029년 50%로 높아진다. 전체 발전사가 내는 비용은 현재 2000억원가량에서 1조원 안팎으로 다섯 배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공공 발전 5개사(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의 부담은 연 1300억원에서 연 6600억원 정도로 불어난다. 이 금액은 5개 발전사가 2023년 배출한 1억4613만t의 온실가스에 현재 거래 가격(t당 9100원)을 곱한 수치다. 발전사당 1000억원을 더 내는 셈이다. SK E&S와 포스코인터내셔널, GS파워 등 민간 사업자의 부담도 다섯 배가량 늘어난다.
일본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처음 도입한 때는 한국보다 5년 앞선 2010년이다. 도쿄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일부 지역에 한해 기업이 자율적인 감축 목표를 제출하고, 정부가 이를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제도 시행 15년이 지났지만 기업 자율에 맡기는 일본 정부 방침은 그대로다. 기업이 체질을 바꾸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은 한국이 2018년 도입한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제도를 2033년 시행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 국가 중 유독 한국만 유럽연합(EU) 수준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한국의 제조 경쟁력이 한발 더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경쟁력 하락 부를 것”
발전업계는 배출권 거래 비용 증가가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유상할당 비율을 50%까지 높이면 제조업 전기요금이 연간 약 5조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제조업 중심인 비발전회사의 유상할당 비율은 10%에서 내년부터 15%로 높아진다. 전체 탄소배출권 구입 금액은 현재 5400억원에서 2029년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부과금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기업 사정을 고려해 정하는 조정계수와 벤치마크(BM)계수 등을 적용하면 금액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무상할당 물량이 줄면 시장 논리에 따라 배출권 평균 가격이 올라 기업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업계는 예상한다.
업계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 규제 도입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주장한다. 잇단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환경부담금까지 더해지면 제조업 경쟁력 하락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중국도 무상할당 분량을 기업끼리 거래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상할당 비율 확대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인 감축안을 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자는 얘기다.
[탄소배출권 현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사라 퍼왔습니다.
[출처]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90159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