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 전쟁 시대, 생존은 텃밭에서 시작됐다
“마트에 진열된 채소는 누가 키운 걸까?”
전 세계는 지난 10년간 반복되는 재난 속에 ‘가장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팬데믹, 전쟁, 기후위기, 공급망 붕괴라는 이름의 복합 재난은 결국 인간의 ‘밥상’을 흔들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식량 가격은 10년 전보다 평균 40% 이상 상승했다. 그 안에 우리가 먹는 밀, 쌀, 옥수수, 콩이 포함되어 있다.
식량은 더 이상 풍요의 상징이 아니다. 이제는 권력과 안보의 상징이다. 누가 생산하고, 누가 유통하며, 누가 통제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생존이 좌우되는 시대다.
그리고 이 질문은 어느 날 우리 식탁에도 던져졌다. “내가 매일 먹는 이 음식, 대체 누가 키운 걸까?”
그 답이 ‘타국의 농부’라면, 우리는 위험하다. 그 답이 ‘나’라면, 우리는 준비된 것이다.
곡창지대의 붕괴, 우리의 밥상은 안전한가?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인도, 미국 중서부는 가뭄과 전쟁, 수출 제한이라는 삼중고에 빠져 있다. 유럽은 열파로 밀 수확량이 20% 가까이 줄었고, 인도는 자국 식량 보호를 위해 쌀 수출을 전격 중단했다. 이런 글로벌 현상은 단순한 '해외 뉴스'가 아니다. 바로 우리 식탁의 가격과 안전을 뒤흔든다.
대한민국은 전체 곡물 자급률이 20%에도 못 미친다. 쌀을 제외하면 밀, 콩, 옥수수, 기름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이는 단지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언제까지 남의 나라 농부에게 우리의 밥상을 맡길 것인가?’
이 물음은 이제 정치적 질문이 아니라, 생존의 질문이다. 외교 갈등이나 기후 재해, 전쟁으로 인한 수출 제한이 이어질 경우 우리는 순식간에 식량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단 하나의 변수만으로도 국가 전체의 밥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식량 주권은 곧 국가 주권이다.
도시 속 자급의 저항, 작지만 강한 실천
텃밭은 한때 ‘힐링’의 도구였고, 옥상농장은 도시인의 여유로운 취미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이 작은 공간들이 거대한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작은 혁명’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농업 활성화 사업'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내 공동체 텃밭 운영 건수는 5,000개를 넘어섰고, 참여 시민 수는 약 12만 명에 이른다. 이 중 70% 이상이 ‘자급’을 목표로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옥상에 심은 고추, 베란다에서 키운 상추는 단지 식재료가 아니다. 이는 시스템으로부터의 분리 선언이며, 인간의 손으로 다시 흙을 만지는 ‘자립의 언어’다. 도시는 더 이상 식량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식량을 ‘키우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진짜 스마트한 농업은 공동체에 있다
정부와 대기업은 스마트팜, 수경재배, AI 기반 농업기술을 미래 농업의 해답으로 제시한다. 물론 기술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공동체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진짜 스마트한 농업은 ‘가까운 땅에서 자란 것을, 가까운 사람과 함께 키우는’ 데서 시작된다. 지역 농업인, 마을 공동체, 소비자 간의 순환 구조가 바로 그 예다.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역 농민이 생산한 신선한 농산물을 도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2023년 기준 연간 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유통구조 개선이 아니라, 지역 기반 자급 체계의 성공적인 사례다.
텃밭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텃밭은 식량을 나누고, 지식을 교류하며,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장이다. 기술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회적 연대’와 ‘자립의 감각’을 되살리는 진정한 스마트 농업은 바로 이곳에서 자란다.
가장 강한 무기는 ‘작은 씨앗’이다
식량 전쟁의 시대, 가장 강력한 무기는 총도, 돈도, 기술도 아니다. 바로 ‘씨앗’이다.
우리는 이제 다시 묻는다. “마트에 진열된 채소는 누가 키운 걸까?”
그 대답이 ‘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생존의 주체가 된다.
당신이 오늘 심는 그 작은 씨앗이, 내일 당신 가족의 밥상을 지킬 수 있다. 도시의 옥상, 아파트의 베란다, 마을의 자투리 땅. 어디든 괜찮다. 지금, 그곳에 씨앗 하나를 심어보자.
그것이 바로, 식량 주권을 향한 가장 조용하고 강력한 혁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