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지구촌 인구 80억 명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조별 과제입니다. 제출 기한은 점점 다가오고 있고,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죠. 전 세계가 기후위기의 해법으로‘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제안, 산업화 국가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 역시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데요. 1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온실가스, 배출한 만큼 책임지자
수많은 기술 개발, 산업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더욱 편안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나치게 많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어두움이 존재하죠.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서 끊이지 않는 산불,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 태풍과 폭우를 비롯한 자연재해 등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기후위기를 맞이한 실정. 특히 에너지, 산업공정 및 제품생산 부문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의 비중은 각각 76.2%, 18.1%로,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업 등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배출에 따른 외부 비용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 환경오염은 대표적인 시장 실패의 사례로 자리 잡아 오염은 가속화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은 줄어들게 되었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자에게 책임을 부여하여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탄소 배출권 사실 분? 저요!”
배출 권리를 사고파는 세상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는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을 정해주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정부는 기업의 온실가스의 배출허용총량을 정하고, 배출권을 발행해 기업에게 할당하는데요. 이때, 온실가스를 보다 많이 감축한 기업은 정부가 할당한 배출권의 여분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고, 감축 여력이 낮은 사업장은 직접적인 감축을 하는 대신 배출권을 살 수 있습니다. 경제학 원리인 수요와 공급에 근거한 이 제도는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배출권, 어떻게 나누나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할당 방식.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부는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한 뒤 배출권을 배분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데요.
이때 배출권 할당 방식은 기업의 비용 부담 없이 정부로부터 배출권을 받는 무상 할당과 경매 등을 통해 기업이 돈을 지불하는 유상 할당으로 나뉩니다.
무상 할당 방식은 다시 배출량 기준 할당 방식과 배출효율 기준 할당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배출량 기준 할당은 말 그대로 기업의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권을 분배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배출효율 기준 할당은 기준연도 중 활동 자료량(생산·용역량, 열·연료 사용량 등)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산정, 배출 효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더 많은 배출권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죠.
온실가스, ‘이렇게’ 줄여왔다!
지난 2015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습니다. 5년 단위로 대상 기업에 배출권을 할당하고, 이행실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요. 이때 할당과 관리의 단위가 되는 5년의 기간을 ‘계획기간’이라 부릅니다.
계획기간이 시작되기 6개월 전까지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과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 총 두 가지 계획이 수립됩니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은 중장기 계획으로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방향이,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에는 할당대상 부문·업종 및 분류, 배출허용총량 등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죠. 그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의 나침반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었을까요?
지난 10년, ETS의 어제와 오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지 어언 10년, 배출권 거래량과 참여 업체 수는 증가하고, 인증배출량과 최종할당량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핵심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
제도 초기 2015년 566만 톤이던 배출권 거래량은 지난해(2024년) 기준으로 약 20배나 커진 1억 1,124만 톤으로 증가했습니다. 동 제도에 참여하는 업체 수 또한 2021년 687개에서 2023년 735개로 증가했죠.
인증배출량과 최종 할당량의 감소는 ETS의 실효성을 보여 줍니다. 이행 연도가 종료되면 대상 기업은 실제로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집계해 ‘온실가스 배출량 및 에너지 사용량 명세서’를 작성하고, 정부는 명세서에 기재된 온실가스 배출량과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과 일치하는지 평가하여 배출량을 인증하죠.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인증배출량의 감소로 이어졌으며,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강화를 위해 최종할당량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제4차 기본계획, 달라집니다!
거래 시장은 물건을 구매하려는 사람과 판매하려는 사람이 비슷한 규모로 있을 때 적정한 가격이 설정됩니다. 하지만 그간 배출권 시장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족으로 인해 배출권 가격이 하락하였고, 참여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유인을 저하시켰습니다. 여기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유상할당 비율은 물론 배출 효율 기준(BM) 할당 비율도 적은 편이라 기업의 노력은 다소 수동적인 영역에 머무르게 되었죠. 지난 2024년 12월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확정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5)은 이러한 한계점을 파악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합니다.
첫째, 배출허용총량 설정을 강화합니다.
기존에는 총량 외 별도로 마련해 두었던 시장안정화 조치용 예비분*을 배출허용총량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상향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조치입니다. 총량 외 예비분을 사용할 경우, 실제 배출량이 계획보다 늘어나 NDC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배출권 가격 급등 또는 시장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전체 배출허용총량 중 일부를 떼어내 따로 보유하는 예비 배출권 물량
또한, 사전할당 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전환, 산업, 폐기물 등 세부 구분을 발전(전기생산) 부문과 발전 외 부문으로 단순화하였습니다. 이는 할당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부문 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정입니다.
둘째,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합니다.
유상할당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오염자책임원칙’에 기반한 제도입니다. 실제로 거래제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도 처음에는 무상할당 중심에서, 점차 유상할당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데요. 정부도 이에 따라,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할 예정이며, 무상할당 방식 면에서는 배출효율 기준(BM) 방식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효율이 높은 기업에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셋째, 배출량 산정·검증(MRV) 기준을 개선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사업은 보다 정확한 MRV*가 필수. MRV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투명하게 보고하고, 제3자의 검증을 통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합니다. 하지만 MRV를 측정하는 과정이 다소 복잡해 일부 기업은 부담을 느끼곤 했는데요. 이에 따라 정부는 배출량 산정 및 검증 기준을 개선하고, 인증절차는 기본평가와 필요 시 집중평가로 구성된 차등적 2단계 검증체계를 도입하는 등 간소화하여 MRV의 기업 부담을 경감하고자 합니다.
* Measurement(측정, 모니터링), Reporting(보고), and Verification(검증)
넷째, 배출권 시장의 금융시장화를 추진합니다.
기존에는 유상할당 대상 업체만 경매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할당대상 업체를 포함해 시장조성자 및 증권사 등 제3자까지 참여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됩니다. 또한, 배출권 이월 요건이 완화되어 거래 유연성이 높아지고, 거래 방식도 보다 다양화될 계획이죠. 이는 한국형 시장안정화제도(K-MSR)* 함께 추진되어,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을 안정적 활성화를 도모할 예정입니다.
* 정부가 총량 내 일정량의 예비분을 확보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물량을 공급(경매)하거나 흡수하여 시장 내 공급되는 배출권 물량을 조정하는 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