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 아이는 차별받고 있었다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여전히 낯설고 멀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열 살 샘에게 그것은 피부색 하나로 규정된, 절실한 현실이었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독일을 배경으로 외국인 노동자 가족의 자녀 샘이 겪는 차별과 고립, 그 속에서 자라나는 우정과 성장을 섬세하게 담아낸 청소년 소설이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커피우유', 주근깨가 많다는 이유로 '소보로빵'이라는 별명을 얻은 두 소년이 펼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유년기의 갈등을 넘어 다문화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단지 유럽 사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오늘날의 대한민국 역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 가정의 자녀가 겪는 외로움과 정체성 혼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과 책임을 던진다.
국경일 밤의 충격… ‘샘’의 혼란과 상처
모두가 들떠 있던 국경일 저녁, 샘의 집에 화염병이 날아들었다. 아이는 충격에 빠졌다. 왜 우리 집이었을까? 왜 나였을까? 샘은 자신의 갈색 피부를 지우기 위해 얼굴에 하얀 물감을 칠해보기도 하고, 엄마의 크림을 바르며 달라지길 바랐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고, 그는 점점 더 깊은 혼란에 빠져든다. 나는 독일인인가, 외국인인가. 나는 누구인가.
이 장면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자녀들 역시 비슷한 질문을 품고 살아간다. 피부색과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부모가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샘은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부정하려 하지만, 결국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가 경험한 화염병은 단지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사회적 폭력의 상징이다.
보리스의 내면 변화… ‘적’에서 ‘이해자’로
샘의 등장으로 늘 1등 자리를 빼앗겨 질투에 사로잡혔던 보리스. 그는 샘의 집에 화염병이 날아들던 순간, 잠시 통쾌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후로 이어진 샘의 부재는 그의 삶에 공허함을 남겼다. 일등을 해도 기쁘지 않았고, 주변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제야 보리스는 샘이 존재했기에 자신의 경쟁심도 살아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이 바라보지 못했던 차별의 현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캐릭터의 변화 그 이상이다. 그것은 누군가를 경쟁자로만 보던 시선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인정하는 변화이다. 샘을 찾아가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상징한다. 차별은 시스템이나 제도가 아니라, 개개인의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변화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아이들 스스로 시작할 수 있다.
차별의 현실… 어른들의 방조, 아이들의 해답
화염병이 던져지는 순간, 주변의 어른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아무도 말리지 않았고,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어른들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대신 교실에서 벌어진 토론 장면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는 현실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외국인 노동자 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때로 방관적이고 때로 무관심하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차별을 경험하면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마음의 상처만을 키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처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이 바로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이 전하는 메시지
이 책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직접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삶과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라'는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간결하고 유쾌한 문체 덕분에, 독자들은 부담 없이 깊은 고민을 이어갈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전환 중이다.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가정, 다문화 자녀들은 우리 이웃이자 친구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아이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