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겉으로 보이는 실업률, ‘쉬었음’ 통계에는 담기지 않는 그들의 진짜 사정은 무엇일까?
최근 대학내일이 전국의 19세~34세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하한선’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들이 말하는 ‘일하고 싶은 환경’은 대기업 고연봉, 풀옵션 복지 같은 고급 사양이 아니라,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었다.
통계 너머의 진짜 이유: “청년들이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버티는 환경”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쉬었음’ 상태에 있는 청년은 약 40만 명이며, 이 중 73.6%는 직장 경험자다.
이들은 단순히 일이 없어 쉬는 게 아니다. 일하고 싶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환경’에 대한 기억이 발목을 잡는다.
이들은 입을 모아 “높은 연봉이 없어도 좋다. 하지만 최소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기본이 지켜지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연봉 일자리’가 아니라 ‘기본이 지켜지는 일터’ 원한다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수용 가능한 일자리의 최소 조건은 다음과 같다.
연봉: 2,823만원
통근 시간: 편도 63분 이내
주당 추가 근무: 3.14회 이하
필수 환경: 청결한 화장실, 사내 식당/카페, 냉난방, 휴게실
이 중에서도 특히 많은 청년들이 ‘청결한 화장실’을 1순위 조건으로 꼽았다. 남성은 ‘휴게실’을, 여성은 ‘화장실 위생’을 중시했다.
직장 내 화장실 환경이 열악해 방광염을 겪거나, 생리 기간 중 위생 문제로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사례도 있었다.
청년의 눈높이? 기업의 ‘인격 모독’과 ‘감정 쓰레기통 문화’가 더 문제
한 청년은 “전 직장에서 인격 모독성 폭언을 견디며 일했지만 결국 정신적 내상이 남았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감정 노동과 무의미한 야근이 반복돼 결국 ‘직장’ 자체에 대한 혐오를 느끼게 됐다”고 했다.
특히 ‘5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야근 수당, 휴게 시간, 안전장비 등 기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구직자는 넘치고, 구인은 부족한 이상한 미스매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구인배수는 0.39로, 구직자 100명 중 39명만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의 80%는 “적합한 지원자가 부족하다”며 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다.
정작 문제는 ‘눈높이’가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은 과도하게 높아졌고, 그에 비해 청년이 감내해야 할 환경은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태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 없는 청년’보다 ‘경험으로 실망한 청년’이 더 많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쉬었음 청년은 일 경험이 있으며, 단지 이전 경험이 너무 나빠서 또 다른 일을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단순한 일자리 숫자 늘리기보다는, 기본이 보장되는 일터에 대한 제도적 기준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분명하다.
높은 연봉이나 퍼포먼스 중심의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이 매일 출근할 수 있는 기본적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의 말처럼, “일자리의 하한선을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떠난 일터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청년의 노동이 가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충분히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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