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은퇴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장부가 아니다.
작은 기록을 통해 의료비·식비·문화비 같은 주요 항목을 관리하며,
지출을 자신의 가치에 맞게 조정하는 습관이다."
은퇴를 준비하자니 내게 다시 떠오른 가계부
고백컨대 나의 경우 가계부 작성은 신혼 초 3년을 제외하면 아주 부실했다. 3년동안의 작성 결과, 우리집의 수입과 지출이 대강 그려지기도 했고, 대다수 지출들을 자동이체로 해두다보니 가계부를 펼칠 필요가 낮았다. 무엇보다 일상이 바쁘다보니 지출을 세세히 따지다 보면 예민해져 가족과 갈등이 생길까 우려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수십 년을 보내다 보니, 은퇴를 앞둔 지금, 은퇴계획을 세울 지출항목이 분명히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야말로 진짜 가계부가 필요하다”는 각성이 든다.
여러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하다. 가계부를 꾸준히 적어온 분들에게 존경을 보낸다. 하지만 만약 필자처럼 그간의 가계부 기록이 부실했다면 앞으로는 이렇게 게 가계부를 작성해보자.
은퇴 후 달라지는 돈의 풍경
현역 시절에는 매달 일정한 급여가 들어왔고 고정 지출도 자동으로 빠져나갔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불규칙적인 소득과 연금, 저축으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고, 의료비나 여가비 등 변동 지출이 늘어난다. 돈의 흐름을 잘 관리하자면 그 세밀한 흐름을 파악,조정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절실해지는 것이다.
가계부, 완벽 대신 작은 시작
막상 가계부를 쓰려 하면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소비와 비소비 지출을 모두 기록하려면 배우자의 협조도 필요한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해법은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특히 전체 가계부 지출항목을 모두 기록하는 대신 앞으로 집중 관리가 필요한 항목부터 정리해 보는 방식을 권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유지비(차계부), 주택 관리비와 대출 상환비 마무리, 건강보험료나 세금 성격의 항목, 병원비와 약값 같은 의료비, 생활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식비, 그리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문화·운동비 등이다. 이 중 한두가지 주요 영역만 1년치 정도를 기록, 관리해도 은퇴 후 생활비 관리가 손에 잡힌다.
지출을 가치와 연결짓기
가계부 작성은 단순한 돈의 기록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돈의 지출 결과를 기록하지만, 기록이 축적되면서 그 지출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맞게 지출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문화생활이나 운동을 소중히 여기지만 식비·세금·기타 고정 지출에 밀려 필요한 예산을 거의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게 되면, 과감히 다른 항목 비중을 조정할 힘이 생긴다. 가계부는 이렇듯 돈의 흐름을 내 삶의 가치와 조율하는 훌륭한 도구인 것이다.
출처: 디지털 가계부_'편한가계부' 네이버 카페(https://cafe.naver.com/cashbook)
스마트하게 디지털 가계부를 쓸까
스마트폰 시대에는 디지털 가계부 앱이 가장 접근하기 쉽다. 늘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기록할 수 있고, 통계 기능으로 지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광고 없는 단순한 앱을 원한다면 ‘편한가계부’, 금융 상품과의 자동 연동 및 자산관리까지 포함하기를 선호한다면 ‘뱅크샐러드’가 유용하다. 절약 습관 형성에 특화된 ‘플랜잇’도 있다. 가계부 앱은 무료 버전도 있고 유료 버전도 있는데, 본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유료버전의 경우 가계부앱쓰는 사람간의 카페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만약 디지털이 불편하다면 작은 수첩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부부가 함께해야 지속된다
은퇴 후 가계 관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부부 공동 관리다.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지출의 우선순위를 놓고 갈등이 생기기 쉽다. 주거비, 식비, 의료비처럼 큰 항목을 함께 점검하고 기록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예산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작은 기록이 삶을 바꾼다
가계부는 단순한 장부가 아니라 노후 재정의 나침반이다.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선택을 바꾸고, 예산 조정을 통해 삶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 은퇴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장부가 아니라, 작은 기록을 통해 돈의 흐름을 삶의 가치와 연결하는 습관이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지금이야말로 그 첫걸음을 뗄 가장 좋은 때다.
K People Focus 배순영(닥터 모니카) 칼럼니스트 (monica1118@naver.com)
소비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관련 분야 공공기관에서 25년간 연구자로 살고 있다.
백년인생시대에 5060 시니어의 소비생활의 질 향상과 만족에 관심을 두고 활동 중이다.
케이피플 포커스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표기 의무
■ 제보▷ 전화 : 02-732-3717
▷ 이메일 : ueber35@naver.com
▷ 뉴스홈페이지 : https://www.kpeoplefocu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