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트우드가 쓴 디스토피아, 오늘의 현실과 닮은 이유
1. 『시녀 이야기』, 여성 억압의 디스토피아적 상상력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The Handmaid’s Tale)』는 단순한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극대화한 경고문이다. 작품 속에서 미국은 신정 정치 체제인 ‘길리어드 공화국’으로 재편되고, 여성은 철저히 계급화되어 통제된다. ‘시녀’는 오직 출산을 위해 존재하며, 개인의 이름조차 빼앗긴다.
애트우드는 인터뷰에서 “나는 소설 속 모든 억압을 실제 역사에서 존재했던 사례에 기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시녀 이야기』는 허구의 공포라기보다, 이미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던 억압의 기록을 재구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몸과 권력: 통제의 정치학
소설의 핵심은 여성의 몸을 둘러싼 권력의 문제다. 길리어드 체제에서 여성의 신체는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다. 출산 가능성에 따라 계급이 나뉘고, 성적 자유는 철저히 억압된다.
시녀들은 붉은 옷과 하얀 모자를 쓰고, 길 위에서도 시선을 가린 채 걷는다. 이 복장은 단순히 미학적 장치가 아니라, 여성의 신체를 감추고 규제하는 권력 장치다. 애트우드는 이를 통해 여성의 몸이 어떻게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권력의 수단으로 전유되는지를 폭로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낙태권, 출산과 노동의 이중 부담, 외모 규범, 성적 대상화 등 여성의 몸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3. 오늘의 현실과 겹쳐지는 경고
『시녀 이야기』는 1985년에 출간되었지만, 오늘날 더욱 강하게 읽힌다. 여성 인권을 위협하는 정치적 움직임, 낙태권을 제한하는 법안, 성평등을 후퇴시키는 사회적 분위기 등은 작품 속 길리어드와 기묘하게 겹쳐진다.
특히 드라마화 이후, 시위 현장에서 여성들이 붉은 시녀 복장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은 강력한 상징이 되었다. 그것은 애트우드의 소설이 단순한 문학이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고 저항을 촉발하는 정치적 텍스트임을 보여준다.
애트우드는 디스토피아를 통해 “이런 미래는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에게 들이민다.

4. 저항과 기억, 희망의 가능성
그러나 『시녀 이야기』는 단순한 절망의 기록이 아니다. 주인공 오브프레드는 억압 속에서도 기억을 붙잡는다. 과거의 자유, 사랑,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곧 저항의 시작이다.
애트우드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한다. 권력은 신체를 지배할 수 있지만, 기억과 언어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디스토피아 속에서 인간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 기억이고, 그 기억은 희망의 씨앗이 된다.
오늘날 이 소설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여성의 권리가 여전히 도전받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애트우드가 던진 질문을 외면할 수 없다.
“당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리고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