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의 갈림길에서 찾은 생리기능 파트의 소명
임상병리사 허혜진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서 실습하던 대학 시절, 수많은 검사 파트를 경험한 끝에 ‘생리기능 검사’에서 진정한 적성을 발견했다. 혈관을 따라 흐르는 신호, 피부를 통과하는 전기, 환자의 반응을 직접 관찰하고 해석하는 이 파트는 단순한 기계적 절차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을 동반하는 진단 과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 의료 현장에서 생리기능 파트를 전담하는 병리사는 극히 제한적이었고, 전문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 분야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한 모험처럼 여겨졌다. 졸업 후 그는 진단검사의학팀에서 첫 발을 내디뎠고, 이후 연구실과 수탁기관을 오가며 다양한 경로를 거쳤다. 그 여정 속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운명처럼 생리기능 파트를 맡게 되었다.

실무 교육의 부재 속, 현장형 아카데미를 기획하다
허혜진은 생리기능 파트를 다시 맡게 된 순간부터 매일 저녁 병원에 남아 연습을 반복했다.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사소한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예민한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또 하나의 벽은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현실이었다. 협회 차원의 실무 교육은 턱없이 부족했고, 대학병원에서는 개인적인 교육 기회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스스로 배워야 했다. 그러나 혼자는 부족했다. 그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던 동료 병리사들과 함께 ‘스터디 그룹’을 조직했고, 점차 그 스터디는 ‘생리기능검사 아카데미’로 발전했다. 한 사람의 열정이 작은 불씨가 되어, 여러 병리사의 참여로 불꽃이 되었다.
경험이 모이는 학습 공동체, 지역을 넘은 지식 나눔
아카데미의 문은 넓게 열려 있었다. 서울, 인천, 수원, 용인, 성남 등 수도권 전역에서 병리사들이 참여했고, 20대 신입부터 50대 경력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 공간에 모였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서로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더 큰 가치를 발견했다. 논문을 함께 읽고, 특이한 검사 케이스를 분석하며, 각 병원의 다른 상황과 업무 방식에 대한 이해도 넓혔다. 이 공동체는 어느새 서로의 성장을 돕는 ‘현장 기반 지식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참석자들은 단순히 배우는 것을 넘어, 스스로 강의하고 발표하며 다시 다른 병리사들을 이끄는 리더로 성장했다.
정확성과 신뢰를 만드는 협력의 힘
생리기능 파트의 검사는 환자의 치료 시기를 좌우할 만큼 예민한 진단 과정이다. 뇌파 하나, 심전도 하나가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숙련도와 집중력이 필수적이다. 허혜진의 아카데미는 이런 분야에서 실수율을 낮추고,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었다. 참가자들은 아카데미 참여 이후 더 좋은 병원으로 이직하거나 승진하는 등의 커리어 성장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배운다”는 인식은 실무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안정된 판단을 가능케 했다. 그 효과는 병원 시스템 전반의 신뢰로 확산되었다.

실무를 넘은 연대, 임상병리사 교육의 새 길
허혜진 임상병리사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의 성장을 넘어, 내 임상병리사 교육 시스템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현장 중심의 학습과 동료 간 협력은 단절된 실무 교육의 공백을 채우는 강력한 해답이 될 수 있다. 특히 생리기능 검사처럼 전문성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현장성과 연대가 곧 경쟁력이 된다.
허혜진이 만든 생리기능검사 아카데미는 단순한 공부 모임을 넘어, 병리사들이 서로의 경험과 기술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메이크오버’ 현장이었다. 기존의 일방적 강의 중심 교육을 넘어, 참여형·협업형 학습의 패러다임을 실천으로 옮긴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임상병리사의 길은 더 넓고 단단해진다. 나의 성장이 동료와 환자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사랑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앞으로도 이 아카데미는 변화와 협력의 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임상병리사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메이크오버 교육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