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앞에서 다시 배우는 문화의 소중함

문화를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시대공감을 통해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호흡하며 그 시대의 풍류를 같이 즐긴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문화를 사랑하고 행위를 즐기는 마음보다, 문화를 ‘잘 팔아야 한다’는 조급한 장삿속이 앞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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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화려해지고 기술은 정교해졌지만, 막상 입구는 좁아지고 즐기는 사람들만 즐기는 과시적 쏠림현상이 더 빨라졌다.

티켓은 비싸지고, 자리에는 서열이 생겼다. 그 사이에서 어정쩡한 사람들은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한다. 나는 이 현상을 ‘극한의 상업화가 만든 문화적 소외’라고 부르고 싶다. 잘되니까 멀어지고, 멀어지니까 어색해지기도 한 것이다.

한때 우리는 유럽의 문화와 그들의 세련됨을 동경했다. 그 시절 동경의 대상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소박했다. 광장 한켠에서 시작된 작은 바이올린 소리, 허름한 서점의 시 낭독회, 교회의 파이프오르간이 건네던 신성한 멜로디. 누군가가 동원하지 않아도 각자의 이유로 발걸음을 옮겨 찾아가던 시간의 기억은 팬덤의 열정이 아니라, 개인적 호기심이 길을 이끄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문화가 거대한 시장 중심이 아니라, 로컬의 체온에서 자라던 본능적 끌림이 있었다. 그 온기가 우리는 그립고, 온기가 주는 위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정체성이 되며 지금도 사무치게 그리운 절실함으로 간직되어 있다.

나는 이 온기를 ‘인본주의적 순수’라 부르고 싶다. 낭만적인 합창이나 현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청렴함이 아니고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순수함이다.

 

그 순수함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첫째, 인간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다. 창작의 시간, 관람의 시간, 그리고 쉬는 시간까지. 무엇이든 익어가는데는 리듬이 필요한데, 그 리듬을 기다려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둘째, 관계의 평등을 회복하는 것이다. 무대와 객석, 스타와 스태프, 수도권과 

지방, 팬과 비팬 사이에 놓인 우열의 작은 턱을 낮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문화는 서로에게 이슬비에 속옷 젖듯 스며야 한다.

셋째, 분배의 공정을 투명하게 지키는 것이다. 수익과 명예, 의사결정의 몫을 뒤에서 돕던 이들에게까지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다. 바비큐다. 바비큐는 기술이자 의식이다.

불 앞에서는 신분이 지워지고, 고하가 삭제되며, 누구나 손을 보탠다. 오래 굽는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뛰놀며, 어른들은 불을 지킨다. 누구나 그 앞에서 평등하며 노동을 즐긴다.

첫 조각은 더 배고픈 사람에게 먼저 건네는 명문화되지 않은 법을 배운다. 불은 누구에게나 같은 열을 준다. 시간은 서두른 이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 분배가 어그러지면 맛은 의미가 없어진다.

 

문화도 다르지 않다. 불 앞의 평등과 시간의 미학, 공동의 분배. 이 세 줄의 문장을 문화의 시스템 위에 다시 깔아야 한다.

지금의 한류는 놀랍도록 높고 멀리 왔다. 그러나 잘 나가는 것과 바르게 가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과잉 프리미엄과 티켓팅 전쟁은 사람을 밀어내고, 알고리즘은 취향을 넓히기보다 반복·편식하게 만들며 영역을 좁힌다.

스태프의 이름은 자막의 끝, 자잘한 몇 자로 총총 지워지고, 하청의 층층 구조는 위험을 전가하고 책임을 흐린다.

수도권의 불빛은 더 반짝이고, 지역의 밤은 더 화려해진다. 팬덤의 동원은 효율적일지 몰라도, 좋아서 찾아온 사람들의 감동과 기대를 여지없이 깨버리고 그들만의 마당으로 이미 순수가 설 곳은 없어진다. 문화가 상업의 언어 속에 깊숙이 빠질수록 사람의 언어를 잊기 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다. 길은 늘 가까이에 있고, 대개는 느리게 찾아온다. 크게 외치기보다 작은 설계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입구를 넓히는 방법을 상상해보자. 수도권 한가운데에서만 열리던 상영과 팝업을, 1~2개의 지역 거점과 동시에 나누는 일. 이동 시간을 줄이고, 같은 시간에 함께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가격에도 사다리가 필요하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무료·저가의 커뮤니티 데이를 운영한다든지, 가까이서 숨을 느낄 수 있는 소공연과 리허설을 공개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된 프리미엄 무대까지 이어진다면 입구가 넓어질수록 출구는 여유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시간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촉박과 과로를 영웅의 미덕으로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 시즌 간격에는 여유를, 스태프에는 휴식과 보험을, 창작자에게는 충분한 시간의 리듬을 보장한다. 우리가 휘감는 것은 결국 시간의 질이다. 급히 익힌 고기는 질기고 맛이 없다. 제대로 익히기 위해서는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맛은 언제나 긴 기다림에서 나온다.

분배는 투명해야 한다. 수익의 루트를 공개하고, 기록을 정확히 남기며, 몫을 고르게 돌린다. 흥행 IP의 일부는 취약한 창작자와 스태프의 안전망에, 또 일부는 지역의 창작 공간과 교육에 재투자하기로 하자. 되팔이를 막는 것 못지않게, 청소년과 시니어, 장애인과 지역민에게 일정 비율의 티켓을 보장하는 바우처 제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상식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첫 조각은 가장 배고픈 이에게’라는 오래된 예절을 오늘에 맞게 옮기는 일이다.

참여의 진정성도 잊지 말자. 팬은 프로모션 인력이 아니다. 자발적인 번역과 밈, 사진과 후기, 

그 모든 자취에 크레딧을 남기고, 정당한 리워드를 지급하자. 참여의 흔적을 존중할 때, 공동체는 단단해진다. 그리고 환대의 인프라를 갖추자. 장애와 고령, 영유아 동반, 채식과 할랄, 과민 식단까지. 안내 아이콘 하나, 의자 몇 개, 조용한 좌석 한 줄이 문화를 사람 쪽으로 당겨오게 한다.

나는 종종 상상한다. 대형 공연의 전날, “불 앞의 리허설”처럼 동네 버전의 페스티벌을 여는 장면과 제작진과 출연자의 짧은 대화, 공연참여자는 아니지만 지역 무명팀의 합동 무대, 저가 혹은 무료의 입장 쿠폰의 증정. 본 공연은 그대로의 위엄으로 진행되지만, 공연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환대의 미소로. 혹은 하나의 본진을 중심으로 3~5개의 지역 거점이 같은 시간과 주간에 돌아가는 분산형 페스티벌을 상상한다.

지역 셰프와 연주자, 청년 크루가 솜씨를 보태고, 로컬의 음식과 공연이 공식 프로그램이 되는 광경. 이건 낭만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고 더욱 더 풍성하게 꾸밀 수 있는 크로스오버의 기적일 것이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비싸게는 익숙한 주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바비큐에서 배운다. 더 같이, 더 오래, 더 깊게, 맛을 서로가 만들어 간다. 불은 조급한 이를 벌하지 않지만, 제대로 구워지지 않은 맛을 돌려준다.

문화도 그렇다. 상업성을 뒤로 밀자는 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위에 놓일 ‘사람과 문화의 논리’를 잃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다시 불 앞에 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의 품격, 분배의 윤리, 환대의 기술.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려 돌아갈 때, 문화는 상품을 넘어 공동체의 언어가 된다.

결국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우리가 만드는 무대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누구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누구의 시간을 존중하며, 누구에게 시간을 돌려주기 위함인가.

첫 조각을 누구에게 건네고, 마지막 불씨를 누구와 함께 끌 것인가. 답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 우리가 피울 불은 배려와 환대에서 시작된다.

불 앞에서는 모두가 손과 마음을 보탠다. 문화도 그래야 한다. 그때 비로소, 잘 팔리는 문화가 아니라 오래 사랑받는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haka 차영기(경기 화성)

Barbekue Promoter & Performer

Author

Professional Barbecuer

Shaka’s Barbekue Owner 프로페셔널 스포츠 바비큐

 

작성 2025.08.25 14:31 수정 2025.09.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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