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이 전국 주요 풍혈지에 대한 생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풍혈지가 기후위기 시대 생물다양성 보전의 핵심 거점임을 강조했다.
풍혈지는 여름철에도 지하에서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와 독특한 냉기 환경을 형성하는 지형으로, 일반 산림에서는 보기 어려운 희귀·특산식물과 북방계 식물들이 살아가는 특별한 서식처다. 국립수목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풍혈지에서 확인된 자생식물은 총 1,204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희귀식물 82종(월귤, 흰인가목 등), ▲특산식물 61종(병꽃나무, 백운산원추리 등), ▲북방계 식물 212종(돌단풍, 야광나무 등)이 포함됐다.


대표적인 풍혈지인 경남 밀양 얼음골은 한여름에도 얼음을 볼 수 있을 만큼 냉기가 강하다. 조사 결과 이곳에서는 총 236종의 식물이 확인됐는데, 희귀식물 꼬리말발도리는 ‘국가적색목록 취약종(VU)’으로 지정돼 보호가 필요한 종이다. 또한 주저리고사리처럼 기후변화에 민감한 북방계 식물도 발견돼 풍혈지 보전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풍혈지를 찾는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생태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분별한 출입과 식물 채취, 탐방로 붕괴 등으로 식물 군락이 실제 줄어드는 사례가 보고됐다. 의성, 진안, 정선 등지에서는 풍혈지 생태계가 퇴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에 국립수목원은 ▲출입 제한 및 보호구역 설정, ▲정밀 조사 및 모니터링 강화, ▲생태해설 프로그램 확대 등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풍혈지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절차도 추진 중이다.
임영석 국립수목원 원장은 “풍혈지는 기후변화 시대에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는 중요한 생태적 피난처이자, 아직 보고되지 않은 생물종들이 살아가는 생명의 보고”라며 “지속적인 연구와 보전을 통해 미래세대를 위한 산림자원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