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소영(34, 가명)은 최근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두려웠다. 업무에 몰두하려 해도 집중이 되지 않고, 출근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한 증상이 반복됐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번아웃증후군 진단을 받고 심리적 탈진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김씨처럼 정서적 소진을 겪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상이 ‘번 아웃’인지 ‘우울증’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상태는 증상은 유사하지만, 원인과 회복 방식에서 명확히 다르기 때문이다.
직무 스트레스의 번 아웃 vs 삶 전반의 우울증
세계보건기구(WHO)는 번 아웃을 ‘지속적인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에너지 고갈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업무에 대한 냉소, 동기 저하, 효율성 저하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주로 과도한 업무량, 감정노동,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주 발생하며, 일 중심의 생활에 노출된 직장인에게 흔하다.
반면 우울증은 환경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정서 장애로, 지속적인 우울감, 식욕과 수면 변화, 자존감 저하, 삶에 대한 흥미 상실, 심지어 자살 사고까지 동반할 수 있다. 뇌의 화학적 변화, 유전, 과거의 트라우마 등 다양한 생물학적·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전문가 조언 “혼자 판단 말고 조기에 도움 요청해야”
최수안 박사(심리상담)는 “번 아웃과 우울증은 초기 증상이 겹쳐 혼동되기 쉽다”며 “단순한 피로나 무기력이라고 넘기지 말고,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번 아웃은 휴식, 업무 조정, 심리적 거리두기 등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우울증은 상담 치료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우울증은 방치할 경우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직장인 대상 심리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 기업 내 상담실, 온라인 심리상담 플랫폼 등 다양한 접근 경로가 마련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혼자 견디기보다 빠르게 연결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점검하고, 감정 상태를 일기나 대화를 통해 정리하는 등 일상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김소영 씨 역시 “누구에게 말할 수 없었던 마음을 처음 꺼내고 나니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며 상담 이후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