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 한강로3가, 빗물펌프장 특별계획구역. 2010년 재개발 기대 속에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며 주목을 받았지만, 15년이 지난 2025년 8월 현재까지도 정비구역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도심 내 알짜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정체된 이 지역의 현주소는 서울시 도시개발의 구조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부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인접하고, 한강 조망권은 물론 용산공원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지닌 ‘프리미엄 입지’다. 지하철과 철도 등 광역교통망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런 입지는 서울 전체를 봐도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은 수면 아래에 머물러 있다.
물론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2023년 용산구는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계획 및 구역 지정’ 용역을 발주하며 논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까지 정비구역 지정 고시는 물론, 추진위원회 구성이나 조합 설립과 같은 구체적 행정 절차는 전무한 상황이다.
사업 지체의 원인은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도계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후속 행정절차는 불가능하다.
둘째, 용산 전역의 개발 구상에서 해당 부지의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허브 구상이나 철도정비창 복합개발 등 굵직한 프로젝트에 밀려 상대적 관심이 낮아졌다.
셋째, 주민 의견 수렴과 추진 주체 구성이 미비하다. 조합 설립이나 동의율 확보에 앞서, 현장의 실질적 동력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가 구상 중인 ‘용산 마스터플랜’과 이 지역의 연계성도 관건이다. 용산은 더 이상 ‘점’ 단위 개발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용산공원, 국제업무지구, 철도정비창, 한강변 개발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도시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그 출발선 중 하나가 바로 빗물펌프장 특별계획구역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지와 실행이다. 행정 논의에만 머물면 기회는 또 한 번 멀어진다. 서울시는 조속한 정비구역 지정에 나서야 하고, 용산구는 주민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추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시야와 단기 성과의 균형, 민관 협력의 프레임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용산이 변해야 서울이 바뀐다.”
이제는 도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시간이다. 관계기관의 결단과 주민들의 관심이 결합된다면, 지난 15년의 정체는 곧 기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한국AI부동산신문 용산지부장 오정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