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과 귀촌, 그 미묘한 차이가 성공을 좌우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귀농과 귀촌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안정적인 지역 정착의 첫걸음이다. 단순히 도시를 떠나 시골에 사는 것이 귀촌이 아니며, 생계를 농업에 의존하는 귀농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이러한 본질을 꿰뚫는 강의가 29일 태안 백화노인복지관 2층 소성홀에서 열렸다.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고, 백화노인복지관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참여형 교육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육전문기업 좋은세상바라기(주)의 최병석 대표가 강사로 나서 ‘귀농 NO! 진짜 귀촌은 이렇게 다르다’를 주제로, 성공적인 귀촌 정착을 위한 핵심 노하우와 마을공동체 속 갈등 예방 전략을 공유했다.
귀농과 귀촌, 닮은 듯 전혀 다른 선택의 이유
귀농은 말 그대로 농업에 종사하기 위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귀촌은 은퇴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도시를 떠나 농촌에 거주지를 옮기는 것으로, 농업을 생업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를 가진다.
귀농은 땅을 일구고 생산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는 삶을 목표로 하지만, 귀촌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생활과 공동체 안에서의 평온한 삶에 더 초점을 둔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러한 차이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지역에 들어오는 귀촌인이 마을 내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이유로 농촌에 왔는지부터 분명히 아는 것이 갈등 없는 정착의 첫 단추라는 사실을 참가자 모두가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귀촌의 진심을 나눈 현장, 교육과 공감이 만난 시간
29일 오후 1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번 귀촌 교육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 아래, 백화노인복지관이 주최하고 교육전문기업 좋은세상바라기(주) 최병석 대표가 강의를 맡았다. 강의는 귀촌 리더로 성장한 경험자 11명, 마을 원주민 14명, 새롭게 정착한 귀촌인 8명, 총 33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강사로 초청된 최병석 대표는 28년 이상 조직화와 지역사회 정착교육을 맡아온 전문가로, 다양한 귀촌 사례와 갈등 해결 전략을 공유했다.
강의는 강의식 전달보다는 참여자 간 토론과 사례 중심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되었으며, 귀촌 초기 갈등 경험, 마을 내 이해 부족으로 인한 마찰 사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관계 형성의 실제 방법이 구체적으로 다뤄졌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참여자들 간의 질문과 경험 공유가 이어지며 현장에는 진지한 공감의 분위기가 흘렀다.
귀촌의 출발점은 ‘왜 왔는가’를 묻는 자기 성찰이다
귀촌 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 하나다. '나는 왜 이곳으로 왔는가?' 이번 강의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야말로 갈등 없는 마을살이의 핵심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강사 최병석 대표는 귀촌 초기의 낭만적 기대가 현실의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강문제, 자연 속 여유, 인간관계 회복 등 귀촌 동기는 다양하지만, 이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갈등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조차 모호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 참석한 한 귀촌인은 “처음엔 그냥 도시가 싫어서 내려왔지만, 이유가 없으니 마을에서 나를 설명할 말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만의 이유를 알고 정리하는 일, 그것이 귀촌의 출발선임을 모두가 다시금 느낀 시간이었다.

농촌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관계로 엮인 삶의 현장이다
귀촌인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농촌을 단지 '살기 좋은 공간'으로만 인식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강의에서는 농촌을 '생산 현장이자 공동체의 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강조되었다.
마을은 단순한 거주지를 넘어, 일상과 생계가 얽히는 공간이며, 이웃 간 신뢰가 곧 삶의 기반이 되는 사회 구조를 가진다. “도시에서는 돈이 먼저지만, 농촌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강사의 말처럼, 관계와 소통이 없다면 귀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참여자들은 ‘텃세’로 불리는 불편한 감정의 실체가 오해와 무관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였다. 함께 살아가는 지역의 일부가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귀촌인의 태도임을 현장은 분명히 보여주었다.
공감과 이해의 확산,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다
이번 강의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귀촌인, 원주민, 귀촌 리더가 한자리에 모인 이 자리는 각자의 입장에서 갈등의 원인을 되짚어보고, 공존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귀촌 초기 주민의 입장에서 마을의 암묵적인 규칙을 이해하게 되었고, 원주민들도 새로운 이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한 원주민 참가자는 “우리도 설명할 기회가 필요했다”고 말했고, 다른 귀촌인은 “이해 없이 요구만 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교육은 참여형 소통 구조를 통해 상호 이해를 촉진했고, 향후 정착률 제고는 물론 마을공동체 내부의 신뢰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짜 귀촌, 태도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귀농 NO! 진짜 귀촌은 이렇게 다르다’는 이번 강의는 단순한 이론 교육이 아니라 마을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진정으로 ‘사는 법’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관계의 시작은 이해’임을 체감했고, 귀촌인의 진짜 성공은 농사나 집 짓기가 아니라 사람과의 연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강의를 맡은 최병석 대표는 28년 이상 농촌마을의 공동체 교육을 이끌어오며 “귀촌은 물리적 공간 이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날의 강의는 갈등 없이 살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들을 제시함과 동시에, 마을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