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라는 정치조직이 과연 아직도 ‘정당’이라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이 불과 5일 만에 사퇴했다. 그 이유는 ‘인적 쇄신’ 요구를 당 지도부가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혁신의 문턱에서 내부의 칼날조차 빼들지 못한 이 무기력한 제1야당은, 더 이상 국민에게 기대감을 줄 수 없는 상태에 도달했다.
사실 국민의힘의 내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을 스스로 탄핵시킨 보수정당의 초유의 역사, 그리고 그 이후 계속된 리더십 부재와 계파 갈등, 전략 없는 공천과 전략적 연대의 실패는 마치 만성질환처럼 반복되어왔다. 말 그대로 “자기파괴적 정치 행태”가 몸에 배어 있는 정당이다.
안철수 의원의 사퇴는 ‘혁신’을 거부한 당 지도부에 대한 항의였을지 모르나, 동시에 ‘혁신’을 명분으로 내건 또 하나의 당권 전략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관통하는 본질은 하나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당’으로서 조직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대표, 비대위원장, 혁신위원장, 원내대표가 각자도생하고 서로의 입장을 부정하며 소모적인 갈등만 이어간다. 당 지도부는 혁신을 거부하면서도 쇄신을 말하고, 공천 개혁을 외치면서도 사천(私薦)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은 철저히 소외되고, 정당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위’는 결국 또 다른 면피성 기구일 뿐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아무런 실질적 권한도 없이, 당 지도부와 무관하게 꾸려진 위원회가 어떤 정치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혁신위가 좌초된 것이 아니라, 이미 처음부터 허공에 설치된 무대였던 셈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결속력의 부재’다. 정당 정치의 기본은 내부 단결이며, 그 위에서 정책, 전략, 외연 확장이 이뤄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누구를 쳐내느냐’의 인적 청산 논쟁에 머물러 있으며, 그마저도 책임의 방향이 아니라 정파적 유불리의 계산 속에 휘둘린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나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줄 수 있는 결과는 자명하다. 또다시 패배의 책임을 놓고 누가 빠져야 하고 누가 남아야 하는지를 두고 싸움만 벌이는 정당.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이런 무기력한 정치 쇼를 원하지 않는다. 혁신의 껍데기를 쓰고, 계파 이익만 챙기려는 정당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정치가 민심과 괴리될 때, 역사는 냉혹하게 심판해 왔다. 《한비자》에서 말하길 “정(政)이 정(正)하지 않으면 백성은 흩어지고, 도(道)가 사라지면 국가는 무너진다”고 했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정이 없고 도가 없다.
결론은 명확하다. 국민의힘이 스스로의 무능과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남은 것은 정권 탈환이 아니라 역사 속의 퇴장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