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식디렉터] 사라진 곡물의 기억: 왜 녹두는 주류에서 밀려났는가

조선의 생명력, 녹두의 부활: 잊혀진 곡물의 반란

영양학의 재발견: 슈퍼푸드 녹두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

재배와 산업화의 현주소: 녹두의 농업·경제적 가치

 

k-한식 디렉터 한식대가 장윤정 칼럼

 

왜 녹두는 주류에서 밀려났는가

 

“녹두나물에 밥 한 숟갈, 빈대떡 한 장이면 충분했지.”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녹두는 그리운 음식의 원형이자 생존의 상징이었다. 한때 조선의 밥상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녹두는, 오늘날 대중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대형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고, 어린 세대에게는 빈대 떡 재료 혹은 탈모에 좋다 던데 정도의 정보만 남아있다.

 

녹두는 한반도에서 수천 년 간 재배되어온 재래 작물이다. 고려 시대부터 약 용과 식용을 넘나들며 사용됐고, 조선 시대 에는 민중의 단백질 공급 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녹두는 20세기 중후반을 기점으로 작물 생산량과 소비량 모두 급격히 줄어든다. 

 

이유는 단순했다. 더 많은 수확 량 과 기계화에 유리한 대두, 팥, 콩 등의 경쟁 작물에 비해 경제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농촌 공동체는 해체됐고, 녹두를 정성껏 삶고 갈아 먹을 시간도 여유도 사라졌다.

 

문화적 망각과 산업 구조의 변화는 녹두를 불편한 음식 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오히려 이 낯선 불편함 속에 우리의 미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슈퍼 푸드 녹두가 다시 주목 받는 이유

 

현대 영양 학은 잊힌 작물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 주자가 바로 녹두다. 


녹두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곡물로, 100g당 단백질 함량이 23.9g에 이른다. 이는 렌틸 콩이나 병아리 콩 못지않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녹두에는 식물성 단백질 외에도 레시틴, 비타민 B군, 철분, 아연 등 현대인의 결핍 요소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특히 녹두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항산 화 작용을 하며, 세포 노화 방지와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식이 섬유가 풍부해 장 기능 개선에 좋고, 이소 플라본 성분은 심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 녹두는 또한 체내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한랭 성 식품으로 분류돼, 동의보감에서도 해열, 해독, 이뇨의 효과가 있다고 언급된다.

 

이러한 다채로운 영양 학 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까지 녹두는 ‘전통 음식’이라는 고정관념 속에 갇혀 있다. 현대인들이 녹두를  밥상의 필수로 여기게 하려면, 우리는 다시 그 가치를 통합 적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녹두의 농업·경제적 가치

 

녹두는 국내에서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다. 특히 전북 고창, 경북 성주, 강원도 일부 지역이 주산 지 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국 재배 면적은 불과 1,500 헥타르 내외로, 콩 류 전체 중 3% 수준에 그친다. 국내 자급 률도 30%를 넘지 못해 중국, 미얀마 등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과 몇몇 스타트 업 이 녹두 품종 개량을 통해 수확 량 향상, 병 충 해 저항성 확보, 기계화 재배 적합성을 높인 ‘신 녹두’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 품종은 기존 대비 생산성이 1.4배 이상 증가했고, 유기농 재배에도 적합해 고부가가치를 노릴 수 있다.

 

또한 녹두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 식품—녹두 파스타, 녹두 밀크, 녹두 크래커 등—이 시장에 등장하며, 단순한 곡물 소비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 식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글루텐 프리, 고 단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해외 시장에서 ‘K-녹두’는 새로운 한류 푸드 자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왜 녹두에 다시 투자해야 하는가

 

녹두는 단지 먹거리가 아니다. 문화, 영양, 생태, 산업의 네 가지 가치가 결합된 미래 형 전통 작물이다. 기후 위기 시대, 녹두는 그 회복 력 과 환경 적응 성에서 주목 받고 있다. 고온 다습 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다른 작물보다 물을 적게 필요로 해 기후 탄력적 작물(climate-resilient crop)로 각광 받는다. 또한 질소 고정 능력을 갖춘 콩과 식물이기에 토양 비옥 도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녹두에 대한 종합적인 R&D와 소비 진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농가에게는 수익성 있는 대안 작물로, 도시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슈퍼 푸드 로, 글로벌 시장에는 지속 가능한 그린 푸드 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이 반란은, 소리 없이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의 식탁과 시장에서 조용히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녹두는 소리 없이 강한 작물이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고요한 생명력을 다시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잊었는지도 모른다. 조선의 생명력이라 불렸던 녹두는 단지 옛 음식의 재료가 아니라, 우리 식 문화와 생태 시스템 속에 숨겨진 하나의 ‘기억 자산’이다.

녹두를 되살리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이다.


녹두 죽 

 

재료: 녹두 1컵, 쌀 1/2컵, 물 6컵, 소금 약간

 

만드는 법: 녹두와 쌀을 깨끗이 씻어 2시간 정도 불린다.

냄비에 물을 붓고 녹두를 먼저 넣어 끓인다.

녹두가 어느 정도 퍼지면 쌀을 넣고 중약 불로 끓인다.

20~30분간 끓이며 저어주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Tip: 다 삶은 녹두는 체에 걸러 껍질을 벗기면 소화가 더 잘 된다.

 

녹두 전 (빈대 떡)

 

재료: 녹두 2컵, 김치, 다진 돼지고기, 숙주, 부추, 소금, 식용유


만드는 법: 불린 녹두를 믹서에 곱게 갈아 반죽을 만든다.

김치, 고기, 숙주, 부추는 잘게 썬 후 반죽에 섞는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동그랗게 부쳐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양념 간장(간장+식초+깨소금+다진 파)을 곁들여 낸다.

 

Tip: 바삭한 식감 을 원한다면 전분을 1스푼 넣어도 좋다.

 

녹두 샐러드

 

재료: 삶은 녹두 1컵, 오이, 방울 토마토, 적 양파, 레몬 즙, 올리브 유, 소금, 후추


만드는 법: 녹두는 15분 정도 삶아 부드럽게 준비한다.

채소는 잘게 썰어 녹두와 함께 볼에 넣는다.

올리브 유 2T, 레몬 즙 1T, 소금·후추를 넣고 버무린다.

냉장고에서 10분 정도 재워두면 맛이 더 배어든다.

 

Tip: 페타 치즈나 견과류를 올리면 풍미가 살아난다.


녹두가 다시 주목 받는 오늘, 질문 하나를 남긴다. “여러분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식탁을 물려주고 싶은가?”

 

 

 

장윤정 칼럼니스트 기자 kt7479@naver.com
작성 2025.07.27 16:31 수정 2025.07.2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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