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꼼수비전] 경영은 공식이 아니다, 감각이다

머리가 아닌 손끝과 눈빛으로 읽는 기술

계획은 예측 못 한다, 감각은 흐름을 읽는다

실패의 기억이 만든 생존 본능

실패가 감각을 만든다.

“경영은 머리로 짜는 게 아니다. 손끝과 눈빛으로 읽는 감각이다.”

 

내가 박사논문을 쓰던 시절, 한 기업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그 잘난 머리로, 도대체 경영이 뭔지는 아냐?”

처음엔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이론과 논문, 모델과 프레임워크를 공부해 왔는데? 그런데 이상했다. 그 말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책 속엔 정의가 넘치는데, 나는 경영을 ‘살아본 적’은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진짜 경영이 뭔지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론이 아니라 감각, 모델이 아니라 맥락, 숫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경영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공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

 

경영학원론은 말한다.
“경영은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계획, 조직, 지휘, 통제의 체계적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계획보다 먼저 예기치 못한 일이 터진다. 갑작스러운 퇴사, 불쑥 날아온 클레임, 미입금된 자금. 이럴 때 정답을 찾기 위한 모델이나 공식은 무력하다. 그 순간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이다. 그 감각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많이 망해 본 데서 온다.”

실패는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예민함이 반복되면 직감이 생기고, 직감이 축적되면 ‘감각’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감각은 기술로 가르치기 어려운, 오직 체험으로 얻는 감성적 생존도구다.

 

다양한 관점: 회의실이 아닌 공장에서 배운 것

경영이라 하면 사람들은 차가운 회의실, 빔프로젝터, 기획서와 그래프를 떠올린다. 특히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일수록 논리와 체계를 중시한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배웠다. 사무실이 아닌 공장에서, 강의실이 아닌 현장에서. 거기엔 모델도 프레임워크도 없었다. 오직 분위기, 눈빛, 기류만 있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팀의 성과는 괜찮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출근도 정시, 마감도 지켰는데, 공기 전체에 습기가 낀 것 같았다. 그래서 보고서 대신 커피 한 잔, 매뉴얼 대신 “요즘 어때?”라는 질문을 꺼냈다. 그 대화에서 나왔다. 팀원 하나가 감정적으로 번아웃이 심했는데도 참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기류는 팀 전체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는 숫자가 아닌 감정 하나에 흔들리고 있었다.

 

감각은 훈련된다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실패와 위기를 반복 경험하며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감각은 분명히 훈련할 수 있다.

첫째, 분위기를 먼저 읽는 연습이 필요하다. 공기의 흐름이 어색한가, 사람들의 호흡이 빨라졌는가. 둘째, 눈빛을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 피로감이 있는가, 회피하는가, 무언가 감추고 있는가. 셋째, 흐름을 조율하는 감각이다. 말을 멈출 때인지, 결정을 미뤄야 할 순간인지, 혹은 전진해야 할 타이밍인지. 이 감각은 직접 부딪히며 얻을 수밖에 없다. 공식이 막히면, 현장을 걸어야 한다. 발이 답을 안다.


정답이 아닌 감지력

경영은 정답을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위기 속에서 감각적으로 반응하는 생존 기술이다. 가장 위대한 경영자는 정답을 가진 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감지해내는 자다. 그리고 감지한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 있는 감각자’다. 머리로는 익힐 수 없다. 몸으로 겪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최병석 칼럼니스트 기자 gomsam@varagi.kr
작성 2025.07.22 14:25 수정 2025.07.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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