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어도 피곤해요." "아무 이유 없이 하루 종일 몸이 무거워요." 이런 말을 자주 한다면, 당신은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 CFS)일 수 있다. 이 질환은 이름 그대로 '만성적인 피로'를 특징으로 하지만, 단순한 컨디션 난조와는 차원이 다르다. 원인도 명확치 않고, 진단도 어렵고, 치료도 까다롭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피로증후군을 공식적인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미국 CDC와 NIH는 최근 들어 이 질환에 대한 연구 예산을 늘리고 있다. CFS 환자는 단순 피로를 넘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무기력, 기억력 저하, 수면장애, 근육통, 두통 등을 경험한다.
주된 이론 중 하나는 바이러스 감염 이후 면역 시스템의 이상 반응이다. 특히 EBV(엡스타인-바 바이러스)나 코로나19 회복 후 유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롱코비드’와 CFS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또 다른 관점은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교란 등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질환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혈액검사, MRI 등으로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쉽다. 이는 환자에게 2차 고통을 안긴다. 최근에는 인지행동치료, 생활습관 교정, 식이요법, 심리 상담을 통합한 다학제 치료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만성피로는 게으름도, 핑계도 아닌 ‘실제 질병’이다. 그동안 설명되지 않았던 피로에 이제는 과학이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환자들의 경험을 신뢰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