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기라는 은총에 대한 시적 탐구
경기도 의정부에서 활동하는 한성운 시인이 첫 시집 『비탈에 대한 묵상』을 창연출판사에서 펴냈다. 시인의 말과 1부에는 「최후의 액자」 외 14편의 시, 2부에는 「아내가 ON 후」 외 13편의 시, 3부에는 「몽유夢遊」 외 13편의 시, 4부에는 「무소불위無所不爲」 외 15편 등 총 59편의 시가 실려 있다. 그리고 임창연 문학평론가의 ‘기울기의 은총에 대한 시적 고찰’이라는 시집 해설이 실려 있다.
한성운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그런즉 한 범죄로 많은 사람이 정죄에 이른 것 같이 의의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받아 생명에 이르렀느니라(롬 5:18). 성자, 승우, 승민 그리고 지금 시집을 펼친 당신에게”라고 했다.
임창연 문학평론가는 “한성운의 시집 『비탈에 대한 묵상』은 제목에서부터 이러한 ‘기울기’를 감지케 한다. 비탈은 곧 경사이고, 경사는 삶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린 공간이다. 하지만 이 경사는 단순히 불안정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새로운 균형의 조건이며, 시적 사유의 시발점이다. 비탈은 곧 존재의 태도다. 허리를 낮추고 무릎을 꿇고, 다시 한번 중심을 되묻는 자세.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사유는 바로 그 ‘기울기의 시학’에 있다.
시란 결국 언어의 실험이며, 새로운 세계 인식을 위한 형식적 시도다. 한성운의 시는 그 형식 실험을 경건한 언어로 치환하며, 독자에게 삶의 내밀한 균형을 재조정할 것을 요청한다. 그의 시에는 형식적 과시나 수사의 번잡함이 없다. 대신 단정한 문장, 조용한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본 자’의 말이 있다. 그의 문장은 언어의 끝이 아니라, 언어 이전의 자리, 즉 고요한 삶의 저편에서 건너온 목소리처럼 들린다.
『비탈에 대한 묵상』은 단순히 아름다운 문장의 시집이 아니다. 그것은 한 생애가 경사진 삶을 어떻게 견디고, 그것을 어떻게 문장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시적 기록이자 존재론적 고백이다.“라고 말했다.
한성운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다녔고, 2020년 《월간문학》에 시 ‘날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비탈에 대한 묵상』이 있다.
비탈에 대한 묵상/ 한성운/ 창연출판사/ 112쪽/ 무선제본/ 정가 1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