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공식 등재되었다. 이틀 전 반구천 암각화가 한국의 신청으로 등재된 데 이어, 이번에는 북한의 신청으로 금강산이 이름을 올리며 한반도 문화유산이 국제무대에서 잇따라 조명을 받고 있다. 남과 북이 각각 따로 등재한 사례지만, 문화로 연결된 상징적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계유산’은 유네스코(UNESCO)가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문화적·자연적 유산을 말한다. 이는 전 세계가 공동으로 보호하고 계승해야 할 자산으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금강산은 예로부터 ‘조선 제일경’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자연경관과 문화적 상징성을 지닌 산악지대로, 불교문화 유적과 전통 시화(詩畫) 문화를 아우르며 한민족 정서의 핵심 지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금강산이 지닌 자연적 아름다움과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북한이 단독으로 신청한 이번 등재는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와도 맞닿아 있다.
2025년 7월 13일 오후(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번 결정은 북한이 제출한 신청서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세계유산센터는 금강산이 문화경관 분야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의에서는 금강산의 수려한 자연미와 함께, 오랜 불교문화 유적지로서의 역사적 흔적, 그리고 한민족 정서에 깊게 뿌리내린 미학적 가치를 높게 인정했다. 심의 결과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성 속에 이루어졌으며, 금강산은 북한이 등재에 성공한 세 번째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등재 결정 직후 “한반도의 아름다움과 문화가 세계인의 유산으로 기록되는 순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금강산은 단순한 명승지를 넘어, 동아시아 문화권이 공유하는 자연미학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사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 산세는 ‘일만 이천 봉우리’라는 표현 그대로 변화무쌍하며, 조선 시대 이래 수많은 시인과 화가들에게 영감을 제공해왔다. 특히 한국 전통 산수화의 모티프로 널리 활용된 바 있어, 동아시아 예술사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동시에 금강산은 불교문화의 성지로서의 상징성도 크다. 신계사, 유점사, 표훈사 등의 사찰이 산속에 조화롭게 분포되어 있어, 자연과 종교의 결합이라는 경관적 가치 또한 인정받았다. 이처럼 금강산은 자연경관뿐 아니라 역사, 종교, 예술을 포괄하는 복합유산으로서, 유네스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북한이 단독으로 준비하고 추진한 문화외교적 전략의 결과물이다. 북한은 2021년 금강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방역 조치로 인해 현장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등재 절차는 중단되었고, 금강산은 수년간 심사 보류 상태에 있었다. 이후 국제 여행 제한이 완화되면서 금강산은 2025년 대상 목록에 포함되었고, 자문기구인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긍정적 권고에 따라 등재가 확정되었다. 정치적 긴장이 여전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도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을 ‘보편적 가치’의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러 위원국 대표들은 “금강산은 남북 분단 상황을 초월해 인류 전체가 보호해야 할 자연과 문화유산”이라며 지지를 표했다. 북한은 이번 등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문화유산 외교의 성과를 확보하고, 비교적 비정치적인 채널을 활용해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한 문화유산 보호를 넘어, 한반도 문화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로 평가받는다. 특히 앞서 반구천 암각화가 한국의 신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지 이틀 만에, 북한 측 신청으로 금강산까지 등재되며 남북 각각의 문화자산이 국제사회로부터 공인을 받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민족 문화유산’이라는 정체성을 세계 무대에 동시에 각인시킨 점에서 상징적이다. 향후 공동보존, 학술연계 등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남북이 문화유산을 매개로 실질적인 접촉을 모색할 수 있는 비정치적 채널로 주목된다.
금강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히 한 지역의 자연과 문화가 국제사회에서 공인을 받은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분단된 한반도에서도 문화는 경계를 넘고,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상징적 장면이다. 특히 북한의 단독 신청으로 이루어진 이번 등재는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도 문화유산의 가치는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보편적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존중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이틀 전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와 더불어, 남북이 각각 등재한 세계유산이 동시에 주목받으며 한민족의 문화적 유산이 국제무대에서 조명을 받는 특별한 시간으로 기록되었다.
다만, 남북이 각자 신청해 따로 등재된 점은 문화외교적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백두대간의 설악산과 금강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공동 등재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두 지역 모두 잠정목록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금강산이 문화유산으로 단독 등재되면서 설악산과의 공동등재 가능성은 한층 멀어졌다. 이번 등재는 남북이 나란히 성과를 올린 점에서는 의미 있지만, 공동 등재라는 상징성과 협력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과제로 남는다. 향후 실질적 협력과 문화외교의 틀을 복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