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소스, 나는 어떤 소스일까

소스 코너에서 마주한 인생의 맛

 

     소스, 나는 어떤 소스일까

 

 

며칠 전, 집 근처 홈플러스에 다녀왔다. 워낙 넓은 대형마트라 어디가 어딘지 정신이 없다. 게다가 사람들은 또 왜 그리도 많은지, 피해 다니느라 더 어지럽다. 이리저리 헤매다 유제품 코너에서 유산균 음료를 몇 개 골라 담고, 두어 발짝 옮기니 소스 코너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지나치려다, 문득 요즘 인기 많은 TV 요리 프로그램이 떠올랐다. 예능 못지않은 셰프들의 활약에 덩달아 흥미가 생겼다.

 

사실, 내가 아는 소스라고 해봐야 마요네즈, 케찹, 몇 가지 드레싱이 전부다. 아무 생각 없이 구경하는데, 어머나―! 

소스 종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생소한 이름은 둘째치고, 이름을 따라 읽다 보면 혀가 꼬일 지경이다.


우스터, 발사믹, 머스터드, 타르타르, 봉골레, 크림앙글레즈, 아일랜드...
와우. 그만! 그만!

 

그곳에 있는 소스를 다 읽다가는, 안 쓰던 혀 근육들이 놀라 마비될지도 모르겠다. 몇 개 골라 설명서를 읽어보니, 음식 종류에 따라 쓰임새가 제각각이었다. 고기, 생선, 면요리 등 각자 어울리는 음식이 정해져 있었지만, 요리에 문외한인 나에겐 도토리 키 재기였다.

 

동남아 쪽 소스들도 만만치 않았다. 이름만 봐도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 듯해 얼른 제자리에 놓았다. 촌스럽게도 아직은 그쪽 소스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소스가 많다.


간장, 된장, 고추장, 식초, 참기름, 들기름, 각종 효소 등등...

 

겉으로 보기엔 다 ‘소스’지만, 각각 맛도 다르고, 쓰임새도 다르다. 어느 집 부엌에서, 어떤 손에 쓰이느냐에 따라 음식 맛을 살리기도 하고, 망치기도 한다.

 

문득, 사람도 그렇구나 싶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있지만, 성격도 다르고, 어울림의 방식도 다르다. 누구는 사람들과 어울려 기막힌 맛을 내고, 누구는 어울리지 못해 어색한 맛이 되며, 어떤 이는 아무런 맛도 내지 못하고 버려지기도 한다.

 

소스나 사람이나, 다 같은 게 아닐까.

 

이왕이면, 어떤 음식에 뿌려져도 제 맛을 내는 ‘좋은 소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별생각 없이 들른 소스 코너에서,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떤 소스일까?

 

 

글쓴이 : 고부순

 

 

 

작성 2025.07.13 06:18 수정 2025.07.15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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