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원봉사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국제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지난 7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된 ‘글로벌 자원봉사 지수(GVI, Global Volunteer Index) 아시아 지역 기술 자문회의’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유엔자원봉사단(UNV),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교의 공동 주최로 열렸으며, 아시아 10개국에서 자원봉사와 통계를 연구하는 각국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은 자원봉사의 실질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고, 이를 객관적인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GVI 지표 개발에 대한 논의다. 현재 UNV 주도로 개발되고 있는 GVI는 자원봉사의 정성적 가치를 정량적 데이터로 환산하여 정책 수립 및 국제 비교 지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이번 서울 회의는 독일과 아프리카 토고에서 열린 자문회의에 이은 세 번째 기술 논의의 장으로서, 아시아권 국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각국의 자원봉사 관련 데이터 수집 현황을 공유하고, 통계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론을 논의했다. 자원봉사 데이터 구축을 위한 국가 간 협력 방안,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한 자원봉사의 영향력 측정 방식 등 실질적인 협력 모델이 주요 논의 의제로 다뤄졌다.
자원봉사는 오랫동안 ‘선의의 행위’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제는 개인의 삶과 지역사회, 더 나아가 국가 단위까지 변화시키는 핵심 사회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자원봉사가 국가의 사회복지, 경제 회복력, 공동체 역량 강화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자원봉사 제도화 경험과 체계적인 성과 측정 시스템을 바탕으로 GVI 개발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이번 회의의 기획과 운영을 총괄하며, 한국형 자원봉사 데이터 모델과 정부-시민사회 간 협업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김의욱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이제 자원봉사는 단순한 선행을 넘어 정책적 가치를 평가받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한국은 GVI 개발에 실질적 기여를 하며, 국제 자원봉사 환경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UNV는 이번 아시아 회의의 결과를 반영해 GVI 지표 프레임워크를 2025년 말까지 완성하고, 2026년 상반기 발표될 예정인 ‘세계 자원봉사 현황 보고서(SWVR)’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할 계획이다.
자원봉사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다. 그 가치를 수치로 드러내고, 이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객관화하려는 시도는 자원봉사를 또 하나의 공공정책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GVI 지표 개발은 자원봉사의 사회적·경제적 기여도를 정량화하는 첫걸음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협력을 통해 자원봉사 정책의 글로벌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원봉사가 SDGs와 연계돼 국제사회에서 보다 전략적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에서 열린 GVI 기술 자문회의는 자원봉사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제 자원봉사는 ‘좋은 일’이 아닌 ‘효과 있는 정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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