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일상이 된 디지털 시대,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어떤 정보가 사실이고, 어떤 정보가 조작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편리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으로 ‘디지털 문해력’이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란 단순히 인터넷을 잘 활용하는 기술적인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서 접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정보의 바다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올바른 항해를 하는 데 필요한 나침반과도 같은 능력이다.
'읽고 쓰는 능력'에서 '분별하고 행동하는 능력'으로
기존의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에 국한됐다. 하지만 디지털 문해력은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다. 가짜 뉴스, 허위정보, 클릭 유도형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읽는 능력’이 아니라, ‘의심하는 능력’과 ‘판단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같은 사건을 다룬 기사라도 뉴스 제공자나 플랫폼에 따라 표현 방식과 강조점이 달라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시각을 인식하고, 정보를 교차 검증하여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인 정보 사용자로서의 자세가 요구된다.
교육은 따라오고 있는가?
문제는 현재의 교육 체계가 이러한 디지털 문해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교육에서 디지털 기술 활용은 점점 확대되고 있지만, 정보의 신뢰도나 출처 검증 방법 등을 가르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여전히 미흡하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호주 등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시범 프로그램이나 지역 단위의 교육으로 국한돼 있는 실정이다.
정보의 민주화, 하지만 평등한 접근은 아니다
디지털 시대는 정보의 민주화를 가능케 했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서 오히려 정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 문해력의 수준에 따라 정보 접근과 이해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과 고령층은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적응도와 정보 해석 능력에서 차이를 보이며, 이는 사회적 격차로 이어진다. 따라서 디지털 문해력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와 사회 전체의 역량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문해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보의 진위를 가릴 수 있는 비판적 사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 능력,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윤리적 디지털 시민의식이 모두 포함된 개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를 다루는 능력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스마트 사회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역량이며, 지금이 바로 모든 세대를 위한 교육과 정책이 실현되어야 할 때다. 정보는 많지만, 진실을 읽는 눈은 훈련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