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스냅드라마(短剧) 시장, 이제 AI+해외진출로 주목받는 '영상산업 신생태'

2분 vs 45분의 경쟁, 장편드라마와 공존하는 스냅드라마의 승부수는 '감정 몰입'

IP 리메이크부터 AI 활용까지, 중국 콘텐츠 산업의 '3.0 시대' 도래

한국도 주목해야 할 '중국식 스토리텔링'의 해외진출 성공 키워드는 현지화

2025년 6월, 제2회 상하이국제영화제 SF영화주간(第二届上海国际电影节科幻电影周)에서 열린 ‘영상 신질생산력 요소 연계회의(影视新质生产力要素对接会)’ 현장. 이 자리에서는 일반드라마(长剧, 电视剧)과 스냅 드라마(短剧)의 창작자들, 플랫폼 관계자, 감독과 작가들이 모여 영상산업의 구조적 대전환을 논의했다.

 

‘스냅 드라마(短剧) + 해외 진출 + AI’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기술과 시장의 격변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중국 영상산업의 미래 생태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사진설명]=2025년 6월, 제2회 상하이국제영화제 SF영화주간에서 열린 ‘영상 신질생산력 요소 연계회의’ 현장. 사진제공=제2회 상하이국제영화제 SF영화주간(第二届上海国际电影节科幻电影周)운영사무국


 

본 포럼에서 가장 중심에 있던 화두는 ‘스냅 드라마(短剧)의 부상’이다. 최근 1회 분량이 2분 내외인 초경량 콘텐츠, 즉 스냅 드라마(短剧)이 젊은 시청자 층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구오뚜어(骨朵)미디어’의 CEO 왕베이베이(王蓓蓓)는, 스냅 드라마(短剧)이 폭발적인 트래픽을 기록하며 장극 중심의 시장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흐름에 대해 ‘류이(刘毅, 《전랑》 시리즈 각본가, 중국영화문학학회 부회장)’는 스냅 드라마(短剧)과 장극의 관계를 ‘경쟁이 아닌 공존’이라 보았다. 그는 이미 10-12부작 정도의 미드, 영드 스타일이 글로벌 기준이 되어가고 있으며, 중국 내 기존의 40-80부작 드라마는 산업 구조상 낭비가 많고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스냅 드라마(短剧)가 일반 드라마(长剧, 电视剧)을 대체할 수는 없으며, 2분 분량의 순간 몰입과 45분 분량의 서사 심화는 서로 다른 감정곡선을 담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냅 드라마(短剧)는 파편화된 소비 시간에 최적화된 장르이며, 일반 드라마(长剧, 电视剧)는 세계관과 캐릭터의 정교한 구축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냅 드라마(短剧)의 확산은 곧 콘텐츠 산업의 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 IP를 기반으로 한 스냅 드라마(短剧)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완메이스제(完美世界, 완미세계)’의 부총재 류닝(刘宁)은 스냅 드라마(短剧)의 기획이 기존 일반 드라마(长剧, 电视剧)와는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장시간 시청을 전제로 한 팬덤 기반 서사였으나, 스냅 드라마(短剧)는 짧은 시간 안에 감정 몰입을 유도해야 하기에 전개 방식과 호흡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샹미천천(香蜜沉沉烬如霜)》을 스냅 드라마(短剧)로 리메이크하면서 기존 팬과 신규 시청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복수 버전의 각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한 개의 작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IP 전반의 재활용, 재활성화 모델을 새롭게 제시한 시도이기도 하다.

 

스냅 드라마(短剧) 산업은 현재 ‘폭발적 성장기’에서 ‘정제와 품질의 경쟁’ 단계로 전환하고 있으며, 이를 ‘스냅 드라마(短剧) 3.0 시대’로 명명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오싱자오쯔(高兴饺子)문화’의 왕쯔지아오(王子姣)는 IP의 본질은 결국 '감정의 증명'에 있으며, 스냅 드라마(短剧)는 이 감정 선을 빠르게 요약해 보여주는 데 탁월한 장르라고 말했다. 그녀는 《유페이(有匪)》 시리즈 제작을 통해 다양한 IP의 스냅 드라마(短剧)화 실험을 해오고 있으며, 이미 디지털 자산화된 시각소스·음악 등 기존 IP의 리소스를 활용해 고효율 제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스냅 드라마(短剧)의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해외 히트 스냅 드라마(短剧)를 다수 제작한 시페이위안(奚培源)은 “지역성이라는 개념은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3·4선 도시 청년과 대도시 직장인이 겪는 감정은 본질적으로 유사하다”며, 결국 인간의 기본적 정서와 생존 욕망에 밀접한 이야기만이 경계를 초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로컬 시청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말 걸기’를 강조하며, 성공한 스냅 드라마(短剧)는 항상 사람의 보편적 욕망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후쯔밍(胡子明) 감독은 여성향 콘텐츠가 해외 스냅 드라마(短剧)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현지화 전략에서 ‘언어적 맥락’과 ‘미학적 기준’의 이중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여자, 너 내 관심을 끌었어” 같은 중국식 고백 멘트는 영어로 직역하면 유치하거나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당 문화권의 감성 언어로 변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캐릭터 설정과 연출에서도 ‘중국 스타일 미남’이 아니라, ‘현지 시청자가 이상적으로 느끼는 매력’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냅 드라마(短剧)의 글로벌화는 결국 ‘중국 시각의 전파’가 아닌 ‘현지인의 감각으로 재해석된 중국 이야기’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AI 기술과 관련된 논의도 열기를 더했다. 《싼싱두이(三星堆): 미래시사록》의 감독 린보룬(林渤沦)은, AI는 창작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현재 많은 제작현장에서 콘셉트 아트나 분장 시안, 분량 조정 등에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를 통해 시간과 인력을 절감할 수 있으나, 창의성의 핵심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류이 작가는 AI 도구를 통해 지리, 과학, 기술 등 복합 정보를 실시간으로 구조화할 수 있어, 집필 초기 단계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AI는 “도구로 쓰는 사람과 쓰이지 않는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될 것이며, 결국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포럼의 마지막 주제는 ‘차세대 히트작’에 관한 것이었다. 시페이위안은 히트작에는 공통적으로 ‘예상 밖의 새로움’이 있다고 말하며,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폭발시키되 새로운 감각 요소를 더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왕쯔지아오는 “히트작은 결국 ‘타이밍’과 ‘용기’에서 나온다”고 정리했다. 콘텐츠가 가장 치열하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기술과 장르, 문화의 접점에서 새로운 서사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작성 2025.07.11 10:09 수정 2025.08.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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