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자리한 카페385는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오션뷰와 말차라떼 위에 살포시 올라간 크림, 부산 바다를 담은 듯한 씨솔트 커피믹스까지, 이 모든 것이 ‘Busan is good’이라는 슬로건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최근 카페385는 부산디자인진흥원의 ‘도시브랜드 파트너스’로 선정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카페385는 전형적인 관광명소가 아닌데도 부산의 정체성을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부산커피’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아메리카노 시리즈는 다크초코, 디카페인, 스위트, 블랙으로 구성돼 단순한 음료를 넘어 부산의 다양한 매력을 하나의 콘텐츠로 풀어냈다.
여기에 커피믹스에도 ‘부산의 밤’, ‘부산동백’, ‘부산바다’ 같은 이름을 붙여 지역 색깔을 담아냈는데, 이런 작은 스토리텔링이 관광객에게는 부산을 떠올리게 하는 기념품이 되고, 현지인에게는 자부심이 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부산디자인진흥원과의 협력이다. 도시브랜드 파트너스로 선정된 덕분에 카페385는 부산의 상징물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됐고, ‘부산 브랜드샵’ 입점 지원 같은 마케팅 혜택도 얻게 됐다. 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카페라는 작은 공간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카페385가 보여준 성공의 핵심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지역 정체성을 제품에 녹여낸 스토리텔링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다와 바람, 부산의 밤을 떠올릴 수 있는 경험이 단순한 맛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낸다. 둘째는 공공기관과의 시너지다. 디자인진흥원이 제공하는 브랜드 파트너십은 중소기업이 홀로는 넘기 어려운 마케팅과 브랜딩의 벽을 허물어 준다.
이런 모델은 부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주라면 한옥과 전통음식을, 강릉이라면 동해의 푸른 바다를 콘셉트로 삼아 지역만의 이야기를 디자인과 제품으로 연결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지역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찾아내고 이를 상품과 공간에 녹여내는 창의성이다. 카페385가 증명했듯이 지역 색깔을 제대로 담아내면 작은 브랜드도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도시브랜드 파트너스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카페385도 스스로 커피 품질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부산커피’라는 브랜드가 진짜 부산의 얼굴로 자리 잡으려면, 그 안에 담긴 커피의 맛과 손님에게 전해지는 경험이 언제나 신선해야 한다. 부산시와 디자인진흥원도 이들 파트너스 기업이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킹과 공동 마케팅 같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결국 지역의 맛과 디자인이 하나로 이어질 때, 진짜 ‘Busan is good’이 된다. 카페385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공기관의 지원과 기업의 창의력이 결합하면 작은 카페도 도시의 얼굴이 될 수 있다. 이제 다른 지역도 배워야 할 때다. 단순히 관광명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팔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야말로 진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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