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역사를 바꾸지 않지만, 한 사람의 성격이 국가의 운명을 흔들 수는 있다.”
– 『사기(史記)』, 권6 태사공자서
2025년 6월, 대한민국은 새로운 지도자를 맞았다. 그러나 환호보다 더 많이 들리는 것은 걱정과 예측이다. 이재명이라는 인물은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불투명한 사법 리스크와 친중 성향의 과거 전력으로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중 간 신냉전이 현실로 굳어진 이 시점에서, 그는 과연 어떤 외교적 무희(舞姬)를 연출할 것인가?
미국, 트럼프의 세계에 이재명은 ‘불청객’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당선 이후 침묵했다. 그 침묵은 전략인가 무관심인가. 아니면 불편한 기류의 신호인가. 루비오 국무장관이 "동맹의 현대화"를 외쳤지만, 그 속뜻은 미국식 질서에 순응하라는 통첩처럼 들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히 ‘전략적 모호성’을 구사할 것으로 많은 외교전문가들은 전망하고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외교적 후계자라 불리는 그는 미국과의 밀월보다는 자주 외교와 균형 외교를 강조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대중 견제 동맹 강화, 관세 보복을 전방위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한 발자국이라도 뒤로 물러선다면, 한미동맹의 외교 관계는 약해질 것이며, 한국 안보의 핵심 기둥이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가 다시금 “한국 없이도 일본, 대만과 가겠다”고 선언하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동맹의 해체가 아니라 ‘재편’의 시작일 것이다.
중국, 가까이 하기엔 우려스러운 관다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반미 정서와 대중 온건론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선거 기간 중에도 “미국 일변도 외교를 넘어서겠다”며 다자주의를 천명했으며, ‘한중 경제협력’의 복원을 외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를 기회로 삼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레버리지로 삼아 대만, 남중국해,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과 협상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진정한 외교의 미학이 필요하다. 양국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환상이다. 문제는 어느 쪽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발상은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북중러 블록과의 민족 공조를 꺼내 든다면, 그 순간 대한민국은 전략적 고립의 문턱에 서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흙수저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쳐 중앙 정치에 입성했으며, 포퓰리즘 성향의 복지 확대와 강한 행정력을 동시에 선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형수 욕설, 가족 스캔들, 측근 비리, 백현동·대장동 의혹 등으로 여전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적 보복에 단호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 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분열은 외교의 일관성을 저해할 것이며, 결국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혼란은 곧 기회인가, 재앙인가
한국은 미중 전략 요충지이자, 반도체·AI 기술의 전장 한복판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상황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 그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 성향, 외교적 미숙, 사법 리스크는 그를 단지 역사의 소용돌이에 던져진 피아노 줄 같은 존재로 만들 위험이 크다.
『한서(漢書)』에 이르기를, “풍우지세(風雨之勢)는 무인지력(無人之力)”이라 하였다.
국가의 운명이란 한 사람의 손에서 좌우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바람과 비의 방향을 잘못 읽는다면, 온 나라가 폭풍에 휘말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김 태봉 기자 컬럼
“무릇 외교란, 검무와도 같다. 칼을 너무 많이 휘두르면 적을 자극하고, 너무 숨기면 아군이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