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맡긴 일, 사람은 뭘 해야 하나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법

1.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일, 줄어드는 기회인가 넓어지는 가능성인가
“2025년까지 업무의 25%는 AI가 대체할 것이다.”
이제는 공상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실제로 은행에서 콜센터 업무의 상당수가 챗봇으로 대체되고, 제조업에서는 AI 기반 품질검사가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심지어 회계법인에서도 단순 회계 처리와 리포트 작성의 상당 부분을 AI가 수행한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이미 AI는 우리의 일자리에 ‘비서’처럼, 때로는 ‘경쟁자’처럼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변화는 일자리를 빼앗기는 공포로만 읽힐 수 있을까? 아니다. 같은 통계에서 중요한 지점은 “AI가 단순 업무를 대체함으로써, 인간이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고서 작성을 AI가 도와주는 동안, 기획자는 더 넓은 관점에서 전략을 구상하고, 데이터 분석가는 AI가 처리한 결과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전환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데 있다. 개인과 기업, 사회가 적응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AI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질문은 단 하나, **“AI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2. AI 도입의 이면: 단순 반복에서 벗어난 인간의 역할
AI의 진보는 직무의 재편성을 불러온다. 단순 입력, 분류, 계산, 응대 등 ‘정형화된 패턴’ 위에 있는 일들은 AI에게 더 적합하다. 회계, 행정, 고객센터,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AI가 그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새로운 일도 생겨나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 관리자’, ‘데이터 큐레이터’ 같은 직무는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일자리다. AI가 업무를 대신하는 만큼, 인간은 ‘AI를 설계하고, 제어하고, 해석하는’ 역할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즉, 복합적 사고, 정서적 소통, 윤리적 판단, 문제 해결 능력, 창의적 발상 등이 그것이다. 1980년대 자동화로 사라졌던 제조업 일자리가 새로운 관리·품질·설계 직무로 대체되었듯, 이번 AI 도입 역시 ‘사라짐’과 ‘생성’이 동시에 일어나는 변화다.
우리는 지금,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다만 준비하지 못하면, 이 흐름은 기회가 아니라 위기가 될 수 있다.
3. 기업과 노동자, ‘공존’이라는 숙제를 풀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5년간 AI가 전 세계에서 약 8,500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동시에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수치는 곧 '순증가'를 의미하지만, 그 사이에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일을 찾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재교육과 전환훈련’**은 국가와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핵심과제가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3년 발표에서 “AI 도입에 대비한 직무 전환 지원이 없다면, 중장년층 노동자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경고했다. 특히 공공기관과 대기업 중심으로 AI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서비스업계 종사자들은 여전히 준비가 미흡하다.
또한 AI 도입은 윤리와 통제라는 숙제를 남긴다. ‘AI 알고리즘이 잘못된 판단을 하면 누가 책임지는가?’, ‘AI가 사람의 일상에 과도하게 개입할 때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은 단순한 기술 논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이제는 단순히 ‘AI가 좋다 vs 나쁘다’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과 AI가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그 룰을 먼저 세우는 사회가 이 전환기의 승자가 될 것이다.
4. 미래를 바꾸는 질문: 우리는 어떤 역량을 준비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람의 능력’을 준비해야 할까? 교육 전문가들은 다음 네 가지 역량을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AI가 분석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를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데이터 해석력, 논리적 사고력은 AI 시대의 기초 교양이다.
창의성과 공감 능력: AI는 창의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인간의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콘텐츠 제작, 브랜딩, 리더십 등은 여전히 인간 중심의 역량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단순한 툴 사용이 아니라, AI와 협업할 수 있는 감각이 요구된다.
끊임없는 학습과 변화에 대한 민감성: 고정된 기술 하나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평생학습, 직무 재설계, 온·오프 혼합형 교육 등 유연한 적응이 핵심이다.
이제 중요한 건 개인의 준비만이 아니다. 교육제도는 바뀌고 있는가?, 기업은 전환기 노동자를 지원하고 있는가?, 국가는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단지 개인의 운명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
AI는 이미 우리가 타이핑하는 순간, 글을 요약하고 이메일을 대신 보내고 회의를 정리하고 있다. 수많은 ‘보조 업무’는 AI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아직 인간의 자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능력—공감, 가치판단, 창조—이 그 어떤 기술보다 더 빛날 수 있는 시기다.
우리는 AI와 경쟁해서 이기려는 싸움이 아니라, AI와 공존하면서 어떻게 더 넓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지 묻는 싸움 앞에 서 있다. 지금의 선택이,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형태를 결정할 것이다.
이미지: ChatGPT 생성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