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정신건강복지의 현장에서 23년간 쉼 없이 달려온 백병혜 시설장이 2025년 6월 30일, 정년을 맞아 조용히 퇴임하였다. 한마음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최동표)은 이날 ‘감사의 날’ 행사를 열고, 백병혜 현 샹가 시설장(정신재활시설, 정신건강간호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한편, 국회의원 김영호 표창장을 수여하며 그간의 공로를 공식적으로 기렸다.
백병혜 시설장은 2002년부터 정신장애인의 자립과 사회복귀를 위한 길을 걸어왔다. 특히 지난 10년간은 서대문구 여성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샹가’의 기관장으로서 현장을 지켰다. ‘작은 쉼터 하나가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는 신념 아래, 백 시설장은 치유와 회복을 위한 복지 서비스를 한결같이 제공해왔다.
정신장애인의 문화적 권리를 위해 다양한 여가활동을 기획·운영한 점도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힌다. 장성, 예천, 횡성 등 전국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자연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가족힐링캠프 등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끊어진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푸드뱅크, 복지관, 자원봉사단체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도 그의 공로 중 하나다.
백 시설장은 또한 변화하는 복지정책 환경 속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며, 자립생활주택 연계 등 주거복지의 대안도 끊임없이 모색하였다. 그의 노력은 서울시 최초로 위탁운영된 한마음자립생활주택으로 이어졌고, 이후 동대문, 구로 등으로 서비스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그는 한마음사회적협동조합 창설에 참여해 이사로 활동하며, 자립정책 실현의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에도 앞장섰다. 2016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500여 명이 모인 음악회를 개최하여, 정신장애인뿐 아니라 다문화가정,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시도하였다. 그는 주민자치위원과 푸드뱅크 운영위원으로서도 활동하며,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보호’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였다.
그의 전문성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아일랜드, 일본, 러시아 등 4개국의 정신보건기관을 방문하며 주거, 재활, 중독 등 다양한 분야를 견학하였고, 그 경험을 서울시 내 100여 개 정신보건시설 종사자들과 공유해 현장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이바지하였다.
특히 팬데믹 시기, 그는 포기하지 않고 ‘대체 서비스’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장애인의 고립과 우울감 해소에 집중하였다. 동물매개치료, 문예창작, 식생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은 중단 없이 운영되었고, 이러한 일관된 관심과 실천은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날 퇴임식에 참석한 한마음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는 “백병혜 시설장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였다”고 평하며, 그의 퇴임이 아쉬움을 자아낸다고 전했다.
백 시설장은 퇴임사에서 “내가 걸어온 길은 혼자의 길이 아니었다. 늘 함께해준 동료들과 무엇보다 회원분들의 삶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말하며,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였다.
23년이라는 시간, 수많은 정책과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정신장애인 곁을 지켜온 백병혜 시설장의 발자취는 우리 사회 복지현장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