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금전 거래의 함정, 차용증 없으면 ‘증여세 폭탄’
부모나 자녀, 형제자매 사이에 돈을 빌리거나 주고받을 때, 차용증 한 장 없이 진행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증여세 부과로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
최근 5억 원을 가족에게 빌려준 한 사례에서 국세청은 이 거래를 ‘증여’로 판단하고 과세를 예고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차용증이 없거나, 있어도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 돈을 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발간한 ‘상속 증여 세금 상식’에 따르면, “가족 간 금전거래는 제3자처럼 철저히 증빙하지 않으면 차입이 아닌 증여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받는 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이를 입증할 차용증이 있어야만 차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가족 간 거래, 왜 차용증이 중요할까
차용증은 금전이나 물품을 빌릴 때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계약을 문서화한 것이다. 여기에 금액, 인적사항, 이자율 및 이자 지급 방법, 상환 기한 등 핵심 정보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법원에서 확정일자를 받거나 공증을 거쳐 거래의 진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경제 능력이 없는 채무자 ▲불규칙한 이자 지급 ▲상환 시점이 불분명하거나 무이자인 경우에는 국세청의 인정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결국 이자율과 상환계획까지 철저하게 관리되어야만 과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법정 이자율 ‘연 4.6%’, 안 지키면 세금 부담
국세청은 거래 이자의 적정 여부를 판단할 때 법정 이자율인 연 4.6%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보다 낮게 책정하거나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차용이 아닌 ‘증여’로 보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예컨대 5억 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면, 연간 2,300만 원 상당의 이자를 증여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자녀의 주택 구입이나 창업 자금 등의 명목으로 부모가 돈을 빌려줬을 경우, 자금 출처 조사와 더불어 이자 지급 여부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자금 거래는 가족 간이라 하더라도 금융기관 수준의 명확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자 지급 누락, 한 번으로도 ‘위험 신호’
이자가 단 한 차례라도 누락되거나 계약 내용과 달리 지급된 내역이 포착되면, 국세청은 해당 거래를 ‘편법 증여’로 의심한다. 특히 고액의 자금일수록 모니터링이 강화된다. 사전 신고 없이 이자 없이 돈을 주고받는 것은 세법상 위험 요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이자 지급을 정기적으로 하고, 모든 내역을 금융 거래로 남겨야 한다.
가족 간 금전 거래라 해도 철저한 계약서 작성과 이자 지급이 없다면, 국세청은 이를 ‘편법 증여’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 같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제3자 거래에 준하는 수준의 증빙 서류와 이자 정산, 상환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전에 대비하면 세금 부담과 조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돈을 빌리면서 마음은 가족이지만, 형식은 타인처럼 철저히 하자. 그게 가족도 보호하고, 자신도 지키는 길이다. 국세청은 '믿음'보다 '증빙'을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