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다른 기성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었던 ○○○ 종교 재단이 지난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약사 면허를 대여해 불법으로 약국을 운영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일명 면대약국(면허대여약국) 사건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약을 제조할 때 지급하는 요양 급여를 무려 2,000억원이나 불법으로 수령하여, 성직자를 포함한 5명이 기소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현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발표한 면대약국 근절 정책과 관련해 건강보험노동조합이 불법의료기관 단속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제도’을 도입해 재정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보완책을 내놓은 시점이기에 더욱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은 약사 면허가 있는 약사만 개설하고 운영해야 한다. 비약사, 일반 법인, 종교단체 등은 약국을 설립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이러한 법의 취지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국민의 건강 보호와 의약품의 안전한 유통을 위한 것이다.
통상 약사법을 위반해 편취한 부당 이득은 10년 동안에 대해서만 환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은 해당 사안의 경우 ○○○ 재단의 행위 지속성과 피해 법익의 동일성 등을 토대로 포괄일죄를 적용하여 부당 수령 금액을 수천억 원으로 산정했음을 발표했다.
2000년부터 2023년까지 20년 넘게 관행적으로 이러한 불법 행위가 벌어진 곳이 다른 곳도 아닌 종교 재단이라는 사실 또한 일반인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면허를 대여한 약사는 ○○○ 재단에 기부하기 위해 대가 없이 약사 면허를 대여했다는 취지로 조사 과정에서 주장했다고 하여 이 또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종교 교단의 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단에 도움을 주는 정도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런 행위를 통해 재단에 수입을 제공할 수 있었으니 좋은 일을 했다는 칭찬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너도 좋고 나도 좋아’ 라고 용인되던 많은 일들이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범죄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 면대약국 운영을 시작했을 때 ○○○ 종교내에서 이것은 불법이니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그리고 지난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면대약국을 그간 잘못 운영해 왔으니 이제라도 그만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없었을까? 아마도 재단으로 들어오는 막대한 수입에 주판알을 튕기며 불법적인 수입에 눈이 휘둥그레진 사람들에게 소수의 올곧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여태 이러고도 별일 없었는데, 남들도 다 이러고 사는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데, 주인 없는 나랏돈인데 뭐 어때’ 라는 말로 그들의 불법을 집단적으로 합리화하면서 소수의 목소리를 뭉개고 찍어 내리지 않았을까?
그러니 ○○○ 재단 내에서 용기 있는 소수가 내지른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였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소수는 오랜기간 동안 조직에서 덮고 가고 묻고 가도 될 일을 자꾸 파헤치는 유난스러운 사람, 별것도 아닌 작은 일을 공연히 크게 만드는 조직내 불편 인사로 비난받았을지도 모른다.
조직 발전에 있어 자정 능력은 기본이다.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할 수 있다. 설사 모르고 잘못을 범했다고 해도 일단 인지하게 되었다면 도덕적 책무성을 바탕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되돌리려는 노력을 최소한 그들은 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유사 사안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각자의 조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불법 여부에 대해 ‘좋고 나쁨’이 아니라 ‘옳고 그름’으로 접근해 면밀하게 살펴보고 ‘그동안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결국 ○○○ 종교 재단처럼 사상 초유의 금액을 환수조치 당할 가능성이 있는 자살골을 넣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과 같다.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현)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현) 경기중등여교장회 회장
현)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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