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연합뉴스] 예쁜 포장이 싫어지는 순간, 소비자는 환멸을 느낀다.

과대포장 반감 심리에 대한 국.내외 사례

[중소기업연합뉴스] 김주연 칼럼니스트 = 사람들은 더 이상 포장에 감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감부터 생긴다. 한 겹, 또 한 겹 벗겨낼수록 짜증이 쌓인다. 리본과 박스, 비닐과 충전재로 중무장된 포장이 처음에는 고급스럽게 보일지 몰라도, 그것을 버리는 순간 소비자는 묻는다. “이게 정말 필요했을까?”라고. 포장은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지만, 이제는 감정의 소모를 유발하는 불필요한 제스처가 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 소비자는 ‘가치 있는 소비’를 원한다. 환경을 생각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브랜드에 더 많은 신뢰를 보낸다. 그래서 이들은 포장을 단지 예쁘게 감싼다고 감동하지 않는다. 감정은 디테일에서 생기지만, 반감도 디테일에서 생긴다. 과장된 패키지 구조, 보기 좋으라고 넣은 과도한 뽁뽁이, 종이와 비닐이 겹겹이 섞인 분리배출 어려운 재질은 더 이상 ‘정성’이 아닌 ‘과잉’으로 인식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H브랜드 뷰티업체의 온라인 패키징에 대한 불만이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확산된 바 있다. 본품은 손바닥만 한 크기인데 이중 삼중 포장으로 30cm 박스에 배송됐다는 후기, '이럴 거면 친환경 인증 마크는 왜 붙이냐'는 소비자 항의가 이어졌고, 해당 브랜드는 결국 포장 간소화 캠페인을 도입하게 되었다.

반면 같은 시장에서 라운드어라운드(Round A’round) 같은 브랜드는 단상자 제거, 물 없이 제조한 고체 제품과 최소 포장 방식을 앞세워 주목받았다. 소비자는 브랜드 이미지보다 ‘포장을 통해 드러난 태도’를 먼저 본다. 불필요함을 덜어낸 선택이 오히려 ‘브랜드의 진정성’으로 읽히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흐름은 뚜렷하다.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이미 60% 이상의 제품을 ‘포장 없는 상태(naked packaging)’로 판매한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포장을 요청하지 않으면 종이봉투 하나 없이 제품을 받게 된다. 심지어 포장을 제공하되 비용을 따로 받는 시스템도 도입되었다.

일본은 전통 보자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후로시키(Furoshiki)’ 천 포장으로 재사용 가능하면서도 감성적인 포장을 선보였다. 러쉬는 단순히 소재만 친환경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고객 참여, 제품 형태, 지역 문화를 아우르며 브랜드 철학을 포장에 담아내고 있다.

‘불편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불편’에 대해 소비자들은 오히려 브랜드에 신뢰를 보낸다.

한편, 2024년 유럽 소비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제품 구매 후 가장 불필요하다고 느낀 요소”로 1위가 과도한 포장이었고(42%),

“재구매를 꺼리게 된 이유” 중 3위로 ‘불편한 분리배출 구조’가 꼽혔다. 이는 단순히 친환경을 위한 실천이라기보다는, 포장이 ‘소비자의 감정 노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국내 통계도 비슷하다. 환경부 산하 기관 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포장 쓰레기 버릴 때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72%는 “포장 때문에 해당 브랜드에 부정적 인상을 가진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변화는 제품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는 묻는다. “당신은 왜 이렇게까지 싸야 했는가?”라고. 그리고 그 대답이 정당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조용히 이탈한다.

포장 디자이너나 브랜드 마케터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하나다. 소비자는 이젠 포장 자체보다 포장에 담긴 브랜드의 태도를 읽는다. 그래서 과대포장은 단순히 '낭비'가 아니라, '공감 실패'로 해석된다. 작은 제품을 지나치게 감싼 포장 하나가 브랜드 신뢰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대다.

이제는 포장을 잘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용기와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예쁜 패키지로 감동을 주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정직함’이다. 포장으로 브랜드를 꾸미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지를 보여주는 시대다.

감정을 설계하는 것이 포장의 본질이라면, 이제 과도한 장식보다 '기분 좋은 간소함'이 새로운 전략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읽힌다.

 

[칼럼제공] 포장랜드, 김주연 박사

작성 2025.07.06 18:33 수정 2025.07.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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