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내 아이만 뒤처질까?
인공지능이 교과서에 들어왔다. 교육부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을 도입하며 공교육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겉보기에는 교육의 평등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해결해줄 ‘미래 기술’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정말 우리 아이도 이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고 있는 걸까? 혹시 나만, 우리 집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AI 시대, 학습 방식이 바뀌는 만큼 부모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은 정보를 아는 것보다, 변화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 글은 AI 시대를 살아갈 아이를 위해, 학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다섯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1. AI 교육, 용어부터 정확히 이해하자
‘AI 디지털교과서’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학습자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반 학습 자료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전자책이나 동영상이 아니라, 학습 행동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맞춤형 학습 시스템’이다.
‘미래교육전환’은 기술의 도입을 넘어, 교육의 목표 자체가 암기에서 창의력, 융합적 사고, 문제 해결력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의 인식과 대응 방식까지 포함한다. 용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AI 시대 교육을 준비하는 첫걸음이다.
2. AI 디지털교과서, ‘전면’이 아닌 ‘단계적·시범적 도입’임을 기억하자
2025년을 기점으로 교육부는 초등 3~4학년, 중1, 고1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 정보, 특수교육 국어 등의 일부 과목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시범적으로 도입한다. 일반 국어는 이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사회·과학은 2027년 이후 순차 확대 예정이다.
현재 전국 약 300개 학교가 시범 운영 중이며, 총 76종의 교과서가 2024년 검정 심사를 통과했다. 이는 명백히 ‘전면 도입’이 아닌, 특정 학년과 과목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시범적 도입’이다. 학교 간, 지역 간, 가정 간 교육 환경의 차이에 따라 학습 격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
3. AI 시대, 학부모는 ‘교육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
AI 교과서가 등장하면서, 학부모의 역할도 기존의 숙제 점검이나 진도 확인 수준에서 크게 확장되었다. 자녀의 학습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디지털 학습 방향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학습 지원이 아닌 ‘교육 파트너’로서의 참여를 뜻한다.
이때 중요한 역량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다. AI 기반 학습 도구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부모일수록 자녀의 학습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어떤 주제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학습 속도는 어떤지에 대한 데이터를 함께 검토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학습이 기술에 의해 운영되더라도, 진정한 교육의 중심은 여전히 부모의 통찰력과 감성적 지지에 달려 있다.
4. 교육격차, AI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습자 개개인의 능력에 맞춰 학습 경로를 제공할 수 있는 점에서 이상적인 교육 도구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기능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누구나 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고성능 디지털 기기,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부모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가정마다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AI 기술이 단독으로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는 없다. 오히려 디지털 인프라와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AI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교육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AI 기술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 보급, 교사 연수, 지역 간 인프라 확충 등 정책적·사회적 조건의 뒷받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5. 공교육이 AI로 바뀌면 사교육은 어떻게 될까?
AI 교과서가 확산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중장기적인 효과일 뿐, 당장은 새로운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 사교육 기관은 이미 인공지능 튜터, AI 기반 진단 서비스 등 고도화된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공교육에 AI가 들어오면, 상위권 가정일수록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보완적인 사교육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디지털 사교육이라는 새로운 비용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AI가 사교육비를 반드시 줄여준다는 보장은 없으며,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래교육, 부모의 통찰과 사회적 지원이 성패를 가른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단순한 교육도구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 철학과 방식, 그리고 부모의 역할 전환을 요구하는 구조적 변화다. AI가 제공하는 학습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하고, 아이의 특성을 바탕으로 교육 방향을 설계할 수 있는 부모의 ‘통찰력’이야말로 핵심 경쟁력이다.
기술만으로는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디지털 리터러시, 감성적 지지, 현실적 조건 조율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AI 시대의 교육은 부모 혼자만의 책임도 아니고, 기술만의 해법도 아니다. 사회 전체의 지원 시스템과 부모의 이해가 함께 작동할 때, 진정한 의미의 미래교육이 가능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최신 기기가 아니라, 변화의 본질을 꿰뚫는 시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