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는 다양하다. 시장 점유율, 수익 성장률, 투자 유치 실적 등 수치로 드러나는 결과들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기업의 공통점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초’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철학을 간명하게 표현한 고사성어가 있다. ‘승당입실(升堂入室)’, 즉 마루에 오른 다음에야 비로소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단계와 순서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실력을 만든다는 뜻이다.
최근 기업 사례를 보면 이 교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빠른 성장에 집착하기보다는 내부 시스템과 제품의 본질에 충실했던 기업들이 오히려 외부 충격에 강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조용한 플랫폼, 깊은 신뢰
국내 전자책 플랫폼 리디는 과감한 마케팅보다는 기술과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왔다. 특히 뷰어 안정성과 DRM 보안 기술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사용자가 플랫폼을 신뢰하는 핵심 기반이 되었다.
콘텐츠 확장도 서두르지 않았다. 웹툰이나 웹소설로 영역을 넓히기 전, 전자책이라는 핵심에 집중하며 플랫폼의 완성도를 높인 덕에 현재는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브랜드는 철학 위에 세워진다
일본 브랜드 무지는 ‘이름 없는 품질’을 표방한다. 브랜드보다 철학이 앞서는 전략은 단기적인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오래가는 제품과 신뢰를 만들어냈다.
무지는 유행하는 스타일보다는 일상 속에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브랜드의 힘은 로고가 아니라 철학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반 산업의 조용한 강자
프랑스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리퀴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세계 산업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존재다.
이 회사는 법규와 기술 표준 등 산업별 수요를 면밀히 분석한 뒤 신중하게 움직인다. 단기 이익보다 장기 신뢰를 선택한 전략은 에어리퀴드를 글로벌 강자로 만들었다.
기업 경영의 본질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기초가 단단하지 않으면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위태롭다. 리디, 무지, 에어리퀴드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부터 차근차근 다져온 기업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사례는 창업자와 경영자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이다. ‘승당입실(升堂入室)’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성공은 언제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지금 나의 기반은 얼마나 단단한지 돌아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