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농부의 글썽임, 반드시 열매를 맺으리라.
유러피안샐러드를 재배하는 젊은 농부를 알고 있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다육식물 농장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새롭게 재단장하여 유러피안샐러드를 재배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다육이농장에서 품종전환을 놓고 기도하였고, 새롭게 선택한 품종이 유러피안샐러드였다. 알고 지낸 지는 채 1년이 안 되었지만, 근래에 보기 드문 긍정적이고 따뜻하며 나눔과 베풂이 몸에 밴 친구이다. 작년에 저자가 섬기는 교회의 새가족으로 등록한 누나를 따라 등록한 젊은 부부이다.
올초, 첫 수확물을 전교인들과 나누고 싶다 한다. 무려 600명 분량을 소포장하여 교회로 가져온 것이다. 엄청난 물량, 그 신선함을 전달하기 위해 토요일 종일을 수확하고, 손질하고, 포장한 수고를 생각하니 참 고맙다. 주일날 농장을 하는 젊은 농부인 동생과 누이가 교회 식당에서 인사하며 나눠주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첫 수확물을 시장에 판매하여 그간 수고로움 땀방울의 결실을 얻고 싶어 할 터인데, 나눔으로 선택한 것이다. 상품이 질 높은 품목이라 가격도 1만 대 초중반인 상품이었는데 그 많은 양을 나누기로 했다. 나눔을 전달받은 교인들이 나와 동일한 마음이었으리라.
샐러드의 신선함과 함께 풋풋한 젊은 농부의 마음이 더 풋풋하여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잠시 잠자고 있었던 주위를 돌아보고,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나눔, 따뜻함을 느꼈으리라. 내가 그리하였으니 말이다. 그 샐러드를 받으면서 나도 다시 한번 다짐했었다. 나의 시간과 재원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누어야겠다.
6월 말, 우연히 아내에게 들으니, 농장의 채소를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이 많이 쓰였다. 한번 만나 격려해야겠다 생각했는데, 바로 그 주간에 우연히 주일날 마주쳤다. 각자 주일날 봉사 부서가 다르다 보니 예배 시간이 서로 달라 몇 달을 못 만났었는데 반가이 안부를 물었다.
“농작물은 잘 자라고, 판로도 잘 개척되고 있는가?”
“아. 예. 좀 배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요....”
“어. 그래요?”
“어떻게 돼 가고 있어?”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물었다.
“내가 농부의 아들이잖아. 농작물을 키우는 것이 참 변수가 많더라고. 애 많이 쓰지?”
“그러게요. 그동안 제가 하는 일들이 무탈하게 잘 풀려서 제가 조금 교만했는가 봐요. 하나님이 이 시련의 과정을 주시네요. 잘 극복해야지요….”
젊은 농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내 마음이 울컥해졌다. 내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여러 마음이 겹쳤는가 보다. 평생 농사꾼이었던 아버지가 생각이 났는가 보다. 한해 배 농사를 태풍 한 번에 다 떨어져 버려 떨어진 배밭 가운데 쪼그리고 앉아 있었던 아버지도 생각이 났고. 그 아버지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던 아들인 나의 모습도 생각이 났는가 보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다짐하는 젊은 농부에게서 가장으로 가지는 무게감 있는 책임감도 느껴졌다.
젊은 농부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기도할게요. 힘내요.”라고 하는데, 젊은 농부의 눈망울이 글썽거림이 있다. 얼마나 고단할까? 얼마나 힘이 들고 있을까?
그동안 어린 자녀 유치원 픽업을 해주는 즐거운 낙마저도 반납하고, 새벽 일찍 농장으로 가 채소의 상태를 살피고 온도와 습도를 맞추고, 태양 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고한 흔적들이 얼굴과 목소리에 촉촉하게 담겨있다.
넘어지나, 엎어져 있지 않고 일어서려 하고, 멈추었으나 주저앉지 않고 다시 달릴 태세이다. 낙심의 글썽임이 아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자기 삶에 대한 하나님의 개입에 대해 신뢰함이 느껴졌다. 지금의 실패가 속상하고 쓰라림이 있으나 이 얼마나 귀하 뒤 귀한, 입에 쓰나, 몸에는 좋은 보약일 것이다.
성서에 울면서 뿌리는 자, 반드시 기쁨으로 그 열매를 거두리라(시편 126편 5~6절)는 말씀이 떠오른다. 울면서 씨를 뿌린다는 것, 어려운 일이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 시도함의 결과물이 없을 때 나오는 것이 눈물이 아니겠는가?
씨앗은 자신에게 맞는 토양이 있다. 성서에는 자갈밭, 돌밭, 가시덤불, 길가에 씨부려짐을 이야기한다. 토양은 좋은씨앗와 상호작용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토양에 맞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농작물이 잘 자라는 토양과 잘 자라지 않는 토양은 작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면 우리의 주식인 쌀, 볍씨는 미사 토양이나, 점토 토양,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잘 자라라지만, 모래가 많은 토양은 잘 자라지 않는다. 옥수수는 배수가 좋은 유기물이 풍부한 미사 토양에서는 잘 자라지만, 염분이 많은 토양은 옥수수가 잘 자리지 않는 것이다. 감자는 배수가 잘되고, pH 수준이 약산성이나 중성인 사질토양에서 잘 자리지만, 점토가 많은 토양이나 너무 습한 토양에서는 잘 자리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도 자신에게 잘 적합한 토양이 있는 것이다. 혹 행여, 지금 자신과 잘 맞지 않다고 하여 자신을 자책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하여 마냥 내 탓이 아닌 환경, 토양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토양의 특성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시 쌀로 돌아가 보면 사질토양에서 잘 성장하지 못하기에, 관계 시스템설치(물을 공급하고 수분을 유지하기 위함), 옥수수는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잘 성장하지 못하기에 염분 저감제를 사용하거나, 윤작을 통해 염분의 농도를 낮추는 방법이 있다. 감자는 점토가 많은 토양에서 잘 자라지 않으니, 심기 깊이를 조정하여 감자를 더 깊은 곳에 심어서 뿌리 발달을 도와주거나, 모래나 유기물을 추가하여 점토질을 개량하는 방법이 있다.
씨앗에 맞는 토양이 있음을 기억하고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토양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음도 기억하기를 희망한다. 눈물 글썽이며 지금 힘듦을 토로하는 젊은 농부가 멈추지 않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울면서 씨를 뿌리는 수고로움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어찌 젊은 농부에게만 해당하겠는가?
필자의 경우도, 50대에 막 접어드는 시점에 비자발적 멈춤을 하게 되었다. 사상 초유의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공공기관이 폐업하게 된 것이다. 25년을 쉼 없이 습관적으로 출퇴근을 반복하다가 멈추게 된 것이다. 멈추었던 만 1년의 시간의 상처는 지난 25년의 세월 동안 애씀보다 결코 농도와 강도가 약하지 않았다.
모두 각자 삶에서 울면서 뿌리는 자, 반드시 기쁨으로 나아올 것을 믿으며 멈추지 않기를 바랄뿐이다.멈추지만 않는다면 삶은 앞으로 나아간다.
#젊은 농부 #멈추지 않기를 #글썽
■ 저자 소개
▷ 대표 이력 : 25년간 사회복지사로 민간, 공공, 행정기관에서 일함.
진심담은 삶의 이야기 글쓰기작가
▷ 대표작 : 대한민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산다는 것 저자
▷ 이메일 등 :
bibleprey@hanmail.net, https://www.facebook.com/biblep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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