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학원에는 ‘이야기’가 있는가?
음악학원 이렇게 운영하라-세 번째 연재 컬럼
김선용(한국클래식음악신문사 대표)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문화를 이어간다.
인류는 오랜 세월 이야기라는 도구를 통해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전통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그 뿌리에는 늘 축적된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 이야기들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이야기가 많은 공동체일수록 더 단단한 정체성을 지닌다.
그 속의 구성원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서로를 향한 신뢰와 소속감을 키워간다.
이야기의 힘은 단순한 만족감을 넘어서, 철학과 가치를 함께 나누게 한다.
이 원리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스타벅스다.
사람들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지 않는다.
비슷한 가격의 커피가 있어도 굳이 스타벅스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문화를 공유하는 이야기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한다.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한다. 이를 위해 한 분의 고객, 한 잔의 음료, 우리의 이웃에 정성을 다한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소비가 아니라, 브랜드의 이야기에 동참하는 경험이 된다.
그 경험은 텀블러를 사게 하고,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 그리고 브랜드의 본질이다.
음악학원에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나는 오랜 시간 음악학원을 운영하며 수많은 원장들을 만나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안타깝게 느낀 것은 음악교육에 대한 철학의 부재였다.
철학이 없는 곳에는 방향이 없고, 방향이 없는 곳에는 이야기가 생기지 않는다.
왜 음악을 가르쳐야 하는가?
왜 이 아이들이 우리 학원에서 배워야 하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학원 운영은 반복적인 일상의 소모전에 불과하다.
학원은 살아 있는 유기체다.
수익만을 목적으로 삼는다면, 한계는 분명하다.
오히려 생계를 위해 운영한다면 더욱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은 어려움 속에서 방향을 지켜주는 등불이기 때문이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위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철학이 없는 운영자는 결국 왜 시작했는지조차잊고,
운영에 매몰되어 자신을 잃어버린다.
이야기 있는 학원이 오래간다
이야기가 있는 학원은 학부모에게는 신뢰를, 아이들에게는 소속감을 준다.
그리고 운영자에게는 지속할 수 있는 내적 동기를 제공한다.
결국 이야기가 없는 학원은 오래가지 못한다.
반면, 이야기가 있는 학원은 하나의 문화 거점이 된다.
우리는 단지 오늘 하루만을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다.
학원 운영 또한 마찬가지다.
꾸준한 에너지, 흔들림 없는 방향성, 그리고 깊이 있는 철학이 필요하다.
운영의 차이는 철학에서 갈린다
인테리어, 악보, 커리큘럼, 홍보, 상담…
이 모든 요소들은 중요하지만 ‘도구’에 불과하다.
철학이 없으면 그 도구들은 방향을 잃는다.
철학이 있어야 그 모든 것이 ‘이야기’로 엮여, 하나의 정체성을 만든다.
나 역시 음악학원을 시작하기 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왜 음악학원을 운영하려 하는가?
나는 어떤 학원을 만들고 싶은가?
나는 왜 음악을 가르치려 하는가?
이 질문들 속에서 나의 방향과 철학이 형성되었고,
나는 그것을 학원의 홈페이지에 명확하게 기록했다.
철학은 말로만 존재해서는 안 되며, 학원을 찾는 이들과 공유되어야 하기때문이다.
우리 학원의 모든 요소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담을 시작할 때, 나는 항상 학부모에게 가장 먼저 ‘우리의 철학’을 설명한다.
그 철학은 단지 말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간판, 인테리어, 로고, 악보 파일, 포스터 하나까지—
모든 것에 학원의 이야기와 철학을 스며들게 했다.
그 결과, 학원은 단순한 학습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문화적 자부심의 상징이 되었고,
아이들은 학원에 다닌다는 사실 자체에 애정과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변화를 보며 만족을 넘어, 기꺼이 다른 이들에게 학원을 추천한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브랜드는 학원의 이미지가 되어, 강력한 신뢰와 홍보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질문 앞에 서라
그래서 나는 음악학원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 꼭 묻고 싶다.
“왜 이 일을 하려 하는가?”
그 질문을 피하지 말고, 다시 스스로에게 던져보라.
그 답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이 책 또한 그 답을 제시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질문을 키우는 길 위에 함께할 수는 있다.
지금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해도,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철학을 다시 세우고,
학원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바란다.
이야기가 깊어질 때, 학원은 명문이 된다.
철학에서 이야기가 생기고, 이야기에서 정체성이 자라고,
정체성 위에 명문은 탄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