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소문공원에 위치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오는 7월 5일부터 ‘Anima Mundi(세상의 영혼들)’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1925년 교황 비오 11세 주도로 열린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특별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며, 개막일에는 오후 3시부터 기해·병오박해 순교자 시복 100주년 기념미사와 함께 전시 개막식이 거행된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이어지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월요일은 휴관이다.
100년 전 바티칸에 선 ‘조선관’의 의미
1925년의 바티칸 선교박람회는 산업 박람회와는 달리 선교지역의 고유문화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당시 한국 천주교회는 일제의 통제를 거부하고, 조선만의 독립적인 ‘조선관’을 구성해 참가했는데, 이는 선교 차원을 넘어, 조선 민족의 정체성과 독립적 교회 존재를 세계에 알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서울대목구의 뮈텔 주교, 대구대목구 드망즈 주교 등은 독립적인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하고, 기해·병오박해 순교자들의 시복을 앞두고 조선 신앙공동체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박람회 참가를 추진했다.
출품 준비는 신속하고도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는데, 각 교구 주교들이 역할을 나누고, 신자들은 평양에서 제주까지 자발적으로 유물들을 기증했으며, 출품물에는 꼬리표가 달렸고, 기부자 명단도 정리되어 조선의 자긍심이 유물에 실려 로마까지 전해졌다.
국내외 16개 기관 협업으로 ‘조선관’ 재현
이번 전시는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을 포함한 국내외 16개 기관에서 유물 270여 점을 대여해 100년 전 ‘조선관’을 재현했다.
대표 유물로는 원산대목구 숭공학교에서 제작한 기와집 모형, 드망즈 주교가 사용한 주름상자식 사진기와 직접 촬영한 사진들, 한글 목판본 ‘천주성교예규’, ‘성교요리문답’ 등이 있는데,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 대여한 이 유물들은 조선의 생활과 신앙을 생생히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라마박람회 조선출품자 물품금품씨명부’와 조선 주교들이 작성한 15개 분류 카테고리 문서, 그리고 ‘선생복종정로’도 최초로 공개된다. 특히, 1918년 구걸근 신부가 저술한 ‘양봉요지’는 한국 최초의 양봉 교육 교재로서 이번 전시의 백미다.
근현대사 기록으로서의 가치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당대 선교사들이 바라본 조선인의 삶과 자연, 농경과 수공업, 놀이문화 등을 통해 당시 사회의 다층적인 면모를 조망할 수 있다. 이는 종교사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 연구 자료로서도 의미가 깊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100년 전 조선의 신앙과 문화가 어떻게 세계에 소개됐는지를 되돌아보며, 오늘날 우리가 국제사회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성찰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nima Mundi’ 특별전은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해 조선 천주교회의 신앙과 문화를 재조명한다. 국내외 유물 270여 점을 통해 100년 전의 ‘조선관’을 재현하며, 식민지 시대 조선인의 자긍심과 독립된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특별전은 단순한 역사 전시를 넘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신앙과 문화의 만남을 실현한다. 조선의 고유성과 세계와의 소통을 동시에 담아낸 이 전시는 현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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