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 일기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규장각


<사진: 국가유산청 자료 사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는 조선시대 국왕의 비서 기관인 승정원에서 작성한 일기로, 왕명의 출납, 행정 사무, 의례 등을 상세히 기록한 역사적 문헌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조선 후기 역사 연구의 핵심 1차 사료로 평가받는다.  승정원일기의 역사적 배경, 작성 과정, 내용, 사료적 가치, 그리고 한계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승정원은 조선시대 국왕의 비서실로, 왕명의 전달과 각종 행정 보고를 처리하며 국정 운영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했다. 승정원일기는 세종대(1418~1450)부터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나, 임진왜란(1592), 이괄의 난(1624), 영조대 화재(1744) 등으로 조선 전기 기록은 대부분 소실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기록은 1623(인조 1) 3월부터 1910(순종 4) 8월까지 약 288년간의 3,243, 24,250만 자에 달한다. 이는 조선왕조실록(5,400만 자)의 약 5배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승정원일기는 주로 정7품 주서(注書) 2명이 작성했다. 이후 업무 증가로 가주서(假注書)와 사변가주서(事變假注書)가 추가되어 조선 후기에는 4명이 기록을 담당했다. 작성 과정은 다음과 같다:

초책 작성: 주서가 국왕의 국정 논의와 회의를 속기하여 초책(草冊)을 작성.

정서: 서리가 초책을 바탕으로 일기를 정리.

월별 책 편찬: 한 달 또는 반달 분량의 일기를 책으로 묶어 승지(承旨)에게 보고.

국왕 재가: 승지가 국왕에게 최종 보고하여 재가를 받아 완성.

일기는 초서체로 작성되었으며, 상소문 등은 서리가 베껴 첨부했다. 기록은 날짜, 날씨, 근무자 명단(좌목), 국왕의 동정, 상소문, 회의 내용 등으로 구성되었다.

 

승정원일기의 주요 내용

승정원일기는 국정 전반을 포괄하며, 다음 내용을 포함한다:

국왕의 동정: 국왕의 일정, 건강 상태, 이동 경로.

국정 논의: 국왕과 신하 간의 대화, 상소문, 정책 결정 과정.

날씨 기록: 매일의 기후(맑음, 흐림, , 눈 등), 기상 연구에도 활용 가능.

행정 문서: 계품, 전지, 청패, 상소 등 공문서 원문.

의례 및 외교: 국가 의례와 동아시아 국제 관계에 대한 기록.

특히, 상소문과 회의 내용이 축약 없이 원문 그대로 수록되어 조선왕조실록보다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고종 31(1894) 갑오경장 이후에는 승정원의 명칭이 승선원, 궁내부, 비서감 등으로 바뀌며 기록이 계속되었다.

일기의 내용

1738(영조4) 121일 조선왕조 실록

“...임금이 양정합(養正閤)에 나아가 영의정 이광좌를 비롯한 신하들을 만났다. 이때 동궁도 함께 하였다.....”

같은 날 일기

영의정: 오늘 동궁이 책을 읽으려고 할지요?

영 조: 오늘 동궁이 책을 읽고 싶어한다.(동궁이 나지막한 소리로 글을 읽었다.)

영 조: (웃음을 지으며)...글씨를 쓰겠느냐?

내시가 종이 두 장과 함께 붓과 벼루를 가져왔다.

동궁이 붓을 잡고 글자를 썼다.

영조 :글자쓰는건 어려워하지 않는데 글 읽는 건 몹시 싫증을 낸단 말이야....

 

나라에서 전례를 찾고자 할 때는 승정원 일기가 가장 긴요한 자료가 됩니다.”


-승정원 일기, 808,영조 1199.

 

1725(영조1)86

오늘 아침에는 머리빗고 세수하고 난 뒤로 추워서 오ᄊᆞᆨ해지는 증상이 있는것 같기는 해도 어제보다 낫다.그러나 옷속이 매우 후끈거리고팔다리의 관절도 아프다.”

 

임금의 진맥 기록과 처방이 상세히 수록된 한의학 자료집.

1629(인조7)28

밤 일경에 유성이 천봉성(天棓星)위에서 나와 북쪽 하늘가로 들어갔는데, 모양이 병 같았고, 꼬리의 길이가 2,3척 정도 였으며, 흰색이었다.”

288년간의 기후변화와 천문 현상을 하루 단위로 파악할 수 있는 천문기상학 연구의 보고.

영조19916

제조가 음식상을 올렸다. 여민락을 연주하였고, 음악이 그쳤다. 정휘량(鄭翬良)이 화반(花盤)을 받들었다. 내시가 꽃을 들어 익선관 오른쪽에 꽂았다.”

 

우리나라의 문헌은 <승정원 일기>보다 나은것이 없습니다. 대체로 사실을 두루 갖추고있어 참고 자료로 삼을 수 있으며, 국가의 제도를 근거로 한 등록(謄錄)의 형태를 취하면서도 역사서의 기능까지 겸하였습니다....”

-승정원 일기. 순조16824

 

사료적 가치


승정원일기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높은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1차 사료: 실록이 사후 편집된 2차 사료인 반면, 승정원일기는 현장에서 기록된 1차 사료로, 사실의 왜곡이 적다.

방대한 분량: 3,243, 24,250만 자로, 중국 25(4,000만 자)나 조선왕조실록보다 훨씬 많다.

상세한 기록: 국왕과 신하의 대화, 상소문 원문, 날씨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상 연구에 필수적이다.

유네스코 등재: 2001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국보 제303(1999)로 지정.

근대사 자료: 고종 이후 일제 간섭기 궁중 기록으로 근대사 연구에 중요.

승정원일기는 실록 편찬의 기본 자료로 사용되었으며, 조선 후기 국정 운영과 동아시아 외교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이다.

 

승정원일기는 조선시대 국정 운영의 생생한 기록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상 등 다방면의 연구에 필수적인 1차 사료이다. 방대한 분량과 상세한 내용으로 조선왕조실록을 보완하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전기 기록의 소실과 번역의 미완성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AI를 활용한 번역 가속화와 디지털화로 접근성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작성 2025.07.01 08:57 수정 2025.07.0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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