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막겠다는 정부, 청년·맞벌이의 내집 꿈은 누가 책임지나

충격적인 발표, 부랴부랴 계약 앞당긴 시민들

대출 규제의 역사와 이번 대책의 차별성

청년·맞벌이의 좌절과 시장의 풍선 효과

시민들이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 표지판 앞에서 서류를 살피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부동산이슈저널

 

 

1. 충격적인 발표, 부랴부랴 계약 앞당긴 시민들
“오늘 계약 못 하면 내일은 못 산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6월 27일 서울의 한 주민센터 앞, 대출 신청 서류를 들고 달려온 30대 직장인은 울분을 토했다. 전날 발표된 ‘28일부터 수도권 주담대 6억원 상한’ 소식에 당장 계약을 하루 앞당기느라 반차를 내고 은행-구청-중개사무소를 뛰어다녔다.

 

정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막겠다며 꺼낸 이번 대책은 기습적이었다. 사전예고 없는 발표로 인해 수도권 학군지, 특히 마포·동작·강동구 등에서는 매수인들이 서류를 들고 줄을 섰다. 매도인과의 전화 협상으로 하루라도 빨리 계약을 체결하려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심지어 강동구의 한 중개사는 “오늘만 두 팀이 계약일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황급히 잔금 일정을 변경하고, 대출 한도를 확인하고,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이처럼 정부의 대책 발표가 하루 만에 수많은 사람들의 계획을 완전히 뒤흔들어버렸다.

 

정책의 의도는 분명했다. 불붙은 수도권 집값을 진정시키고 무분별한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것. 하지만 방식은 날카롭고 거칠었다. 준비 없는 발표가 시민들의 일상을 마치 벼랑 끝으로 몰았다. 청년층, 신혼부부, 맞벌이 중산층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가장 먼저 체감한 셈이다.

 

2. 대출 규제의 역사와 이번 대책의 차별성
우리나라 부동산 대출 규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다양한 규제가 도입됐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정부는 규제를 강화했고, 경기 침체가 오면 완화했다.

 

이번 대책의 차별성은 단순히 LTV 비율을 낮춘 것이 아니라, 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단일하게 제한했다는 데 있다. 주택 가격이나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인 한도 설정은 처음이다.

 

정부 설명은 간단하다. “실수요가 아닌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문제는 실수요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아이 교육을 위해 학군지로 이사하려는 맞벌이 부부, 소득은 높지만 초기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 모두 이번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또한 전세대출이나 정책대출까지 DSR에 포함하고, 디딤돌·버팀목대출 한도도 줄였다. 정부가 “모든 대출 규제를 총망라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력했다. 한마디로 ‘영끌’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정책으로 구체화됐다.

 

이런 강력한 규제는 시장 심리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만들었고, 동시에 ‘준비된 현금 부자’와 ‘대출이 필요한 무주택자’를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3. 청년·맞벌이의 좌절과 시장의 풍선 효과
이번 대책은 특히 20·30대 청년층과 맞벌이 중산층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개 구의 평균 매매가는 8억6000만원을 넘는다. 예전에는 비규제지역 LTV 70%를 적용해 8억 이상의 대출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6억원이 상한이다.

 

마포구를 예로 들면, 평균 매매가 12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예전에는 3억원대 자기자본이면 가능했지만, 이제는 6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소득은 충분하지만 초기 자산이 부족한 청년·맞벌이 부부는 사실상 서울 진입이 막힌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주택자 대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되면서, 부유층은 자잘한 주택을 팔고 강남3구나 용산의 핵심 입지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산층 이하의 수요는 위축된다.

 

또한 규제를 피하려는 ‘풍선 효과’도 우려된다. 노원·도봉·강북구 같은 6억~8억원대 단지는 가격이 더 오르고,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간 가격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정책이 겨냥한 투기 수요는 잠시 주춤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시장을 더 뒤틀리게 만들 위험이 있다.

 

4. 똘똘한 한 채를 부추기는 규제의 역설
이번 정책의 아이러니는 ‘투기 억제’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자산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해지면, 부자들은 여러 채를 정리하고 강남·용산 등 프리미엄 입지의 고가 주택 한 채를 ‘똘똘하게’ 보유하려 한다.

 

결국 초고가 주택은 가격이 방어되거나 더 오르고, 중산층이 접근 가능한 중급지는 수요가 줄어 가격이 조정될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또한 이번 규제는 실수요자를 구별하지 않는다. 전세대출까지 DSR에 포함해 신혼부부, 청년층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끊었다. 정부는 “실거주 목적이라면 6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사실상 현금을 단기에 마련하기 어려운 계층은 배제됐다.

 

규제가 투기를 억제할지는 모르지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기회의 문을 좁히는 부작용은 분명하다. 시장 안정이 필요하다면 정교한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5. 규제보다는 기회의 사다리를 더 늘려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


이번 정부 대책은 무분별한 ‘영끌’을 막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청년층과 맞벌이 중산층의 좌절, 풍선 효과, 자산 양극화 심화라는 부작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말 투기 세력을 잡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가장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를 희생시키는 것인가?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규제의 강약을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공감대와 세대 간 형평성, 지역 간 불균형을 모두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 뒤에 가려진 피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계층이 기회를 박탈당하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청년과 맞벌이 부부가 내집 마련의 꿈을 접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결국 미래 세대가 집을 살 수 없는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의 칼날'이 아니라 '기회의 사다리'다.

 

작성 2025.06.30 11:08 수정 2025.06.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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