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획이 무력해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10년 후 당신은 어디에 있을 것 같은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질문은 꽤 유용했다. 미래를 설계하고, 그것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이 성공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 팬데믹, 지정학적 충돌, 인공지능의 급부상, 기후위기, 그리고 경제의 예측 불가능성까지. 이제는 10년은커녕 1년 뒤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 시대를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라 부른다. 끊임없는 위기의 연속, 즉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라는 뜻이다.
우리 대부분은 변화에 대한 준비보다는, 과거의 성공 패턴에 머무르려 한다. 그러나 과거의 해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명확한 계획이 아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예측’이 아닌 ‘적응’이 생존의 열쇠다. 지금은 지식보다도 ‘회복탄력성’(resilience), ‘복합적 사고력’(complex thinking), 그리고 ‘심리적 안전지대’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다.
“왜 지금 우리는 이토록 불확실함에 시달리는가”
20세기의 대부분은 안정된 구조 속에서 살아왔다. 국가는 강력했고, 회사는 평생직장을 보장했으며, 과학과 기술은 예측 가능한 발전 경로를 따랐다. 그러나 21세기의 문턱을 넘으면서, 이 시스템들은 하나씩 균열을 드러냈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를, 코로나19 팬데믹은 공급망과 의료체계의 유약함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가자 분쟁은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기술의 급변이 더해진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노동의 본질을 바꾸고 있고, 디지털 자산과 플랫폼 중심 경제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룰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동시에 인간의 수명은 늘고, 커리어의 흐름은 비선형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는 지금 '혼돈을 동반한 혁신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경제적인 구조나 기술 수준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삶의 방식, 일의 가치, 인간관계의 정의까지도 바꾸고 있다. 전통적 가치들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지금, 많은 이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불확실성 시대, 개인과 조직이 택해야 할 생존 전략”
이 시대의 생존 전략은 역설적이다. 더 많이 통제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크게 흔들린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는 완벽한 계획이 아닌 ‘적응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민첩성(agility)’이 있다.
첫째, 개인 차원에서는 'T자형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전문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되, 여러 분야와 소통하고 결합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또한 자기 이해와 감정 조절 능력, 지속적인 학습 습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실패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심리적 내구력’ 역시 결정적인 생존 요소다.
둘째, 조직 차원에서는 경직된 시스템보다 ‘실험 가능한 조직문화’가 요구된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에 열려 있어야 하며, 실패를 용인하고 빠르게 배워가는 구조가 중요하다. 넷플릭스나 구글 같은 기업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조직문화의 핵심으로 삼고, 실험적 태도를 장려한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고 실패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위기 속에서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셋째, 사회 시스템은 안전망을 재구성해야 한다. 단기적인 고용 안정보다도, 평생에 걸쳐 전환 가능한 커리어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교육은 지식 전달보다도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변화의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 법”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그들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싸우지 않고, 그것을 끌어안는다. 때로는 계획을 내려놓고, 불안 속에서 나아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유연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생존 공식이다.
우리는 변화에 저항할수록 지쳐간다. 반면, 변화 위에 균형을 잡는 법을 익힌 사람은 서핑을 하듯 그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깊은 이해, 자신의 가치를 명확히 알고 그것에 근거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다.
혼란은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삶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가질 수 있을 때, 우리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답을 가진 사람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살아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