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아이디어 발상의 혁신적인 도구로 각광받는 가운데, 오히려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팀 단위 브레인스토밍에서 ChatGPT와 같은 AI를 활용할 경우, 아이디어의 다양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된다.
기대의 이면, AI가 아이디어 획일화 촉진
지난 5년간 기업들은 마케팅 슬로건 개발, 신제품 콘셉트 구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 업무를 가속화하기 위해 AI 어시스턴트 도입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AI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문가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디어 발상의 민주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AI가 진정으로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지, 혹은 모두에게 비슷한 형태의 가공된 제안을 제공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존재해왔다.
과거 에디슨의 연구소나 벨의 작업실에서처럼, 다양한 관점의 충돌과 융합을 통해 혁신이 탄생했던 것과 달리, 현대의 많은 조직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오가던 회의실 풍경이 ChatGPT 프롬프트 입력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는 비용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안처럼 보였지만, 창의성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대가를 치르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와튼 스쿨 연구, “AI 지원 그룹, 독창적 아이디어 30% 적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이 지난 6월 26일 발표한 연구(HR Dive 보도)에 따르면, AI가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연구진은 150명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동일한 마케팅 과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한 그룹은 ChatGPT의 도움을 받았고, 다른 그룹은 독립적으로 과제를 수행했다. 그 결과, AI의 지원을 받은 그룹은 독립적으로 작업한 그룹에 비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30%나 적게 생성했으며, 제출된 아이디어들 역시 유사한 주제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였다. 해당 연구의 아이디어 독창성 점수는 1점 만점에 0.72점에서 0.51점으로 현저히 하락했다.
연구를 주도한 마야 수리(Maya Suri) 교수는 “모두가 동일한 언어 모델에 의존할 경우, 집단사고가 가속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는 혁신의 가장 큰 적인 ‘사고의 획일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AI는 초안일 뿐, 맹신은 금물"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 역시 AI 의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창의성 연구 전문가인 앨런 김(Alan Kim) 박사는 “AI는 아이디어의 초안을 잡는 데 유용하지만, 그것이 최종 결과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춘 500대 기업의 한 혁신 책임자는 “최근 AI 프롬프트 활용과 함께, 의도적으로 스크린 없이 진행하는 ‘블라인드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병행하여 팀의 창의 근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링크드인에서 3,2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가 ‘ChatGPT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창성 저하의 근본 원인
전문가들은 AI 활용 시 독창성이 저하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획일화된 학습 데이터다. ChatGPT는 방대한 인터넷 정보를 기반으로 학습하지만, 결국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데이터 풀에서 파생된 ‘최적의’ 답변을 제공하므로 결과물이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인지적 부하 전가, 즉 ‘사고의 외주화’ 현상이다. 사용자가 AI가 제시한 첫 번째 답변에 만족하고 더 깊이 사유하려는 노력을 멈추게 되어, 자유로운 반복과 발상을 통한 아이디어 숙성 과정이 생략된다.
셋째, 경제적 압박이다. 마감 기한에 쫓기는 팀은 검증되지 않은 독창적 아이디어를 탐색하기보다 AI가 제공하는 빠르고 안전한 해결책을 채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균형 잡힌 접근법: AI와 창의성의 공존을 위하여
그렇다면 AI 시대에 창의성을 지키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AI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활용하는 균형 잡힌 접근을 제안한다.
먼저, 아이디어 발상 초기 단계에서는 ‘AI 오프(Off)’ 상태에서 팀원들의 순수한 생각을 먼저 수집해야 한다. 이후, 도출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거나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단계에서 AI를 조력자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분기별 혁신 로드맵에 정기적인 ‘AI 프리(Free)’ 세션을 포함시켜 팀의 창의적 사고 근육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다.
AI가 업무 환경에 깊숙이 통합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생각의 지름길이나 목발로 삼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촉매제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편리함이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잠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가장 혁신적인 생각은 여전히 기술이 아닌, 당신 자신에게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때다.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
){kind=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