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저녁, 창가에 앉아
오늘 문득 깨달았다. 우리 모두는 길 떠나는 나그네라는 것을.
언제 출발하게 될지, 언제 목적지에 도착할지 아무도 모르는 채로 걷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때로는 눈물을 나누기도 한다. 서로의 애절한 사연을 속삭이며 위로하다가도, 어느새 갈래길 앞에 서면 각자의 길로 돌아선다.
그렇게 헤어질 사람들인 줄 알면서도, 왜 그토록 인색했을까.
더 사랑해줄 걸 하는 후회가 가슴을 친다. 왜 그 못난 자존심 때문에 용서하지 못했을까. 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비판부터 했을까. 왜 미워하는 데 그토록 많은 시간을 낭비했을까.
사랑하며 살기에도 너무나 짧은 이 시간을. 베풀어주고 또 줘도 남아도는 것들이 있는데, 웬 욕심으로 무거운 짐만 잔뜩 지고 가는 나그네가 되었나.
그 날이 오면 결국 다 벗고 떠날 텐데. 무거운 옷도, 화려한 명예의 옷도, 자랑스러워했던 모든 것들도.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되겠지. 더 그리워하며, 더 만나고 싶어하며, 더 주고 싶어하며 살았어야 했다는 것을.
보고 또 보고, 따뜻하게 위로하며 살았어야 했는데.
왜 그토록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살았을까. 왜 더 사랑하지 않았을까. 아니, 왜 더 베풀지 못했을까. 천 년을 산다면 달라질까. 만 년을 산다면 그럴까.
사랑한 만큼 사랑받고, 도와준 만큼 도움받는다는 걸 알면서도, 심지도 않고 거두려고만 했던 부끄러운 나날들. 그 모든 시간이 지금 와서 뼈아프게 후회된다.
우리가 서로 아끼고 사랑해도 결국 허망한 세월. 어차피 각자 인생의 언덕만 넘으면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왜 그리 미워하고 싸웠을까. 그 상처난 흔적들을 훈장처럼 달고 갈 텐데.
창밖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길 떠날 나그네들이라는 것을.
그러니 내일부터는, 아니 지금부터라도 더 사랑하자. 더 베풀자. 더 용서하자. 더 이해하자.
남은 길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따뜻한 마음으로 걸어가자.
20161125
-조 영길의 일기
從心의 나이를 넘어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회한과 아픔의 기억을 씻어내고자 인생 일기장에 마음을 담아보는 주인공의 잔잔한 감동을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