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연대가 무너진 사회, 그 조용한 파열음
“요즘 애들은 이해할 수 없어.”
“기성세대는 구시대적이야.”
이 짧은 말들 속에는 한국 사회의 세대 간 불신과 단절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부모는 자녀의 언어를 알지 못하고, 아이들은 어른의 조언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처럼, 같은 공간에서 살아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한 세대 차이라 부르기엔 ‘공감의 단절’이 너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빠른 기술 발전, 경쟁 중심의 교육, 가족 구조의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세대 간 단절을 경험해왔다. 과거에는 마을 공동체, 대가족 문화 속에서 세대 간 자연스러운 교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핵가족화와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부모와 자식조차 각자의 화면 속에 갇혀 살고 있다. ‘같이 있음’은 ‘함께 함’이 아니라, 점점 더 고립된 ‘개별화된 존재’가 되어간다.
공감 없는 교육은 지식만 전달하고, 공감 없는 가정은 정보만 교환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어른들은 미래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경계하게 되는데, 이는 세대 간 연대의 근육이 마비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공감은 집에서, 연대는 학교에서: 교육이 해야 할 역할
‘공감’은 관계의 시작이며, ‘연대’는 그 관계가 지속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는 자연스럽게 배워진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의도적으로 훈련되고 가르쳐져야 하는 것이다.
가정은 아이에게 가장 먼저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법을 가르치는 공간이다. 아이가 울 때 어떻게 반응하느냐, 부모가 실수를 인정하는 방식, 형제자매 간의 다툼을 중재하는 태도는 모두 공감 훈련의 실습장이 된다. “왜 울어?” 대신 “어디가 아파?”라고 묻는 차이, “그만 좀 울어!” 대신 “네가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하는 태도가 아이에게는 세상을 대하는 첫 번째 감정 언어가 된다.
학교는 이 공감을 확장해 연대로 이어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다양한 친구들과의 협력, 갈등 해결, 공동 프로젝트, 토론 수업 등은 아이가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법을 배우는 장을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 교육은 여전히 입시와 경쟁 중심이어서 친구를 이겨야 하는 구조에서 ‘함께 하는 것’의 가치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음으로써 연대를 배울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교실 속 공감 훈련, 교과서보다 중요한 수업
핀란드의 한 교실에서는 매일 아침 수업 전에 학생들이 원을 이루고 앉아 “어제 가장 기뻤던 일”과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을 말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 단순한 활동은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듣는 훈련이 되며, 이렇게 일상적인 공감의 루틴은 아이들의 정서 지능을 높이고, 학업 성취도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일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이나 ‘감정코칭’, ‘또래상담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선택 프로그램에 불과하며 정규 교육과정과는 거리가 있다. 감정과 공감을 가르치는 수업은 ‘시간이 남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목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필수 교육이다.
공감 훈련은 단순히 착한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시민을 키우는 일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아이는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불의를 외면하지 않으며, 차이를 배척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연대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인격의 기반이다.
세대를 잇는 공감의 기술,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실천할까
공감을 가르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의외로 단순하다.
첫째, 감정을 묻는 질문을 자주 하자.
“오늘 어땠어?” 대신 “오늘 가장 신났던 일은 뭐야?”라고 묻는 질문은 아이의 감정을 꺼낼 수 있는 시작점이다.
둘째, 부모와 교사도 감정을 나누자.
어른이 먼저 “오늘 나도 힘들었어”라고 말할 때, 아이는 감정을 솔직히 말해도 안전하다고 느낀다.
셋째,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늘리자.
가족회의, 공동 요리, 학급 프로젝트, 세대 간 토론 활동 등은 자연스럽게 감정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넷째,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훈련하자.
“왜 그렇게 생각해?”보다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표현은 대화의 분위기를 바꾼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히 부모나 교사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져선 안 된다. 교육부의 정책, 학교 커리큘럼,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공감은 개인의 역량이자, 사회가 키워야 할 집단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세대 간 연대는 정치로 만들 수 없고, 정책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말보다 먼저 감정의 언어로 연결돼야 한다. 공감의 기술은 감정의 문을 열고, 그 안에서 서로를 초대하는 방식이다.
가정에서 감정 읽기를 시작하고, 학교에서 협력과 대화를 배우며, 사회 전체가 이를 존중할 때, 우리는 단절된 세대를 잇는 다리를 놓을 수 있다. 이 다리는 오직 공감이라는 돌로, 연대라는 줄로만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