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치동 7세 영어 고시반: 유아들이 치르는 입학 전쟁의 실체
1. “7세가 모의고사 푼다? 대치동의 영어 고시반 열풍”
“우리 애는 7살인데 어학원 들어가려고 모의고사 준비 중이에요. 시험 유형이 세 가지나 돼요.”
서울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들의 대화 속에는 영어 학원, 특히 ‘탑 3 어학원’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L*, E*, P* 등으로 알려진 이들 최상위권 어학원은 대치동 영어 교육의 상징이자, 유치원생 부모들의 목표다. 이 어학원에 들어가려면 정규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이 시험을 준비하는 곳이 이른바 ‘7세 영어 고시반’이다.
과거 ‘영어 유치원’이 단순한 영어 노출과 놀이 기반이었다면, 오늘날 대치동의 영어 고시반은 ‘입시 시스템’이다. 매주 모의고사를 통해 점수를 관리하고, 어휘·리딩·리스닝 등 영역별로 문제풀이 수업을 한다. 학부모들은 “아이 영어 레벨이 높으면 초등 이후 내신 관리가 수월해진다”고 말한다. 대치동에서는 더 이상 영어 유치가 아니다. 영어 입시다.
2. “영어 유치가 아닌 영어 입시: 탑 3 어학원이 만든 경쟁 시스템”
대치동의 탑 3 어학원은 내부 입시 절차만으로도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했다. 일반적인 인터뷰나 간단한 테스트 수준을 넘어서, 7세 유아를 대상으로 고난도 어휘, 지문 독해, 문장 쓰기 등을 요구한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그 학원 붙으면 초등 3학년까지는 걱정 없다”는 말이 돌 정도다.
학원의 커리큘럼은 대부분 ‘입시형’이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단어 암기력, 짧은 글 독해, 문장 배열 등은 아이의 집중력과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간접 방식”이라며 “단순한 언어 노출이 아니라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한 단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원 입학을 위한 전문 준비반들이 생겨났고, 아예 6세 후반부터 7세 초에 입시를 치르는 것이 일종의 문화가 됐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어떤 어학원에 들어갔는지가 초등 이후 ‘학업 루트’를 결정짓는다. 대치동에서는 ‘어디 다니니?’라는 질문에 어학원 이름이 바로 대답으로 나온다. 이는 학업 성적이 아닌, 교육계의 ‘패스’ 여부를 묻는 말이 돼버렸다.
3. “하루 3시간 수업, 500개 단어 테스트: 7세의 하루”
실제 7세 영어 고시반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놀라운 수준이다. 오전 영어 유치원 또는 프리스쿨 수업을 마치고 오후 1시부터 영어 프렙반 수업이 시작된다. 수업은 리딩→보카→리스닝→작문 순으로 이어지며, 휴식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일부 학원은 주 5일, 하루 3시간 이상 수업을 운영한다.
가장 강도 높은 과정은 보카 테스트다. 7세가 외워야 할 단어는 평균 500개 이상이며, 시험은 매주 치러진다. 틀린 단어는 재시험으로 이어지고, 단어 철자까지 정확히 써야 한다. 일부 반에서는 문장 패턴을 암기해 쓰는 훈련까지 병행한다. 심지어 리딩 수업에서는 초등 고학년 수준의 어휘가 포함된 지문을 다루기도 한다.
아이들은 피곤하다. 하지만 부모는 말한다. “애가 알아서 하겠어요? 지금 좀 고생하면 나중에 편해요.” 아이가 진짜로 원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이의 하루는 성인의 업무 스케줄처럼 정리돼 있고, 주말엔 ‘보강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숙제가 기다린다.
4. “누구를 위한 영어 고시인가: 부모의 기대와 아이의 현실”
7세 영어 고시반은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부모의 공포, 남들보다 뒤처질까 걱정하는 조급함, 더 나은 진로를 위한 조기 진입 전략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다.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시기의 영어는 노출 중심이어야 한다. 지나친 정답 중심 학습은 언어 흥미를 꺾는다.” 실제로 고시반 출신 일부 아이들은 초등 이후 영어를 싫어하게 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학습효율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아이의 자율성과 창의력, 호기심을 억제한 대가는 이후 학습 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영어 고시반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시스템이지, 아이의 행복을 위한 교육 시스템은 아니다.
입학은 했지만, 그 이후에도 아이들은 과제를 하며 살아간다. 그곳엔 성취보다 **‘생존’**의 감정이 더 짙다.
결론: 영어가 아니라 아이를 먼저 봐야 할 때
대치동 7세 영어 고시반은 ‘입학을 위한 입시’라는 새로운 교육의 형태를 상징한다.
아이들이 모의고사에 울고, 단어시험에 좌절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수업과 과제로 보내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게 교육인가?”
부모의 선택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선택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중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영어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학습을 즐기는 아이’, 그리고 ‘행복한 아이’다.
언제부터 교육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게 되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