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에서 총 4조 원 규모의 시공권을 두고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본격화됐다. 성수1구역, 압구정2구역, 용산정비창 등 주요 사업지를 중심으로 브랜드, 설계, 금융까지 총동원된 디벨로퍼 전략이 맞붙고 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본격적인 수주전이 시작됐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1구역 조합은 오는 8월 시공사 입찰을 공고하고 연내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 해당 구역은 서울숲과 한강 조망이 가능한 3014가구 규모 대단지로, 공사비만 약 2조 원에 달하는 알짜 사업지다.
GS건설은 글로벌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와의 협업을 내세우며 디자인 차별화를 강조했고,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THE H' 를 앞세워 서울숲 조망 특화 설계를 제안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획·운영까지 아우르는 디벨로퍼형 패키지 전략을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란트 역시 조합의 참여 요청을 받고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삼성물산 측은 “입지와 수익성 측면에서 관심을 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압구정2구역 역시 이달 중 시공사 입찰을 진행하고 오는 9월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총 2571가구 규모로 공사비는 약 2조4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리턴 매치’가 예상되는 가운데, 두 건설사는 각각‘S.라운지’,‘디에이치 갤러리'를 운영하며 브랜드 경쟁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KB국민은행 등과 제휴해 이주비 및 사업비 금융 지원 방안을 마련했고, 현대건설은 13개 금융사와의 협약을 통해 자금 조달 역량을 부각했다.
한편,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에서 추진 중인 용산정비창 전면 제1구역은 오는 22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있다. 약 1조 원 규모의 해당 사업은 아파트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상업시설 등을 포함한 대형 복합개발이다.
입찰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과 포스코이앤씨는 각각 조망권 확보, 스카이브리지, 글로벌 건축가 협업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조망 세대 수와 경쟁력 있는 공사비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역 인프라와 연계한 복합개발 시너지와 짧은 공기(工期)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정비업계는 최근 수주전의 판도가 단순 시공 능력을 넘어 디벨로퍼형 종합 역량 경쟁으로 전환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나 금리 경쟁을 넘어 조합 수익성과 직결된 기획·설계·금융 역량이 핵심”이라며 “이러한 종합 전략이 수주 성패를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용 리스크가 커지며 대형 사업에 집중하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공급 확대와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정교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